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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고전물리학의 창시자 아이작 뉴턴은 어느 날 아침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good morning.”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 뒤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감사합니다.” 역사적 인물이나 공적 인물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그들의 의도와 다르게 소비된다. 세계를 바꾼 과학자이지만 영어를 쓰는 영국인이었던 뉴턴은 살다가 한 번 쯤은 아침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부동산이나 외교 능력에서 평가가 갈리기도 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임기 5년차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대통령은 매순간 국정운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일상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남은 임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
음, 왜냐고? 그러게. 왜지? 세상에는 예쁜 사람이 많으니까 예쁘다는 이유가 되지 않아. ‘예쁘다’는 정량적인 개념이 아니니까. 누구는 100만큼 예쁘고, 누구는 50만큼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쁘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거야. 500g과 200km 중에 뭐가 더 예쁘다고 대답할 수 없듯이 ‘예쁘다’는 정성적인 개념이야. 양적인 차이라기 보다는 질적인 차이라고. 내 눈에는 500g과 200km가 모두 예뻐 보이는 걸. 아니야 미안해. 등은 돌리지 마. 하지만 여전히 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못생긴 사람이 되어 버리잖아. 나는 사랑에게 칼을 쥐어주고 싶지 않아. 너를 볼 때 설레기는 하냐고? 당연하지. 하지만 너를 보는 모든 순간 설레..
몇 달 됐다. 새로 글을 쓰지 못한 게.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들은 이전에 써둔 글이다. 그러다 드디어 글을 저장해둔 곳간이 텅 비었다. 혹시나 안 올린 글이 없나 몇 번을 확인해봐도 이미 햇빛에 색이 바래버린 글들 뿐이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빛바랜 글이 아니다. 장독 속에서 숙성된 글이다. 전태웅은 글이 숙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에 맞아 된장이 익는 것처럼 넉넉한 시간을 두고 퇴고하고 들여다 봐야 향 좋은 글이 탄생한다. 내 경험상으로도 최소한 7일은 묵은 글이어야 남한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익는다. 7일 정도 천천히 들여다 보면 없어야 할 문장, 엉뚱하게 끼워진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이 글은 발효되지 못할 운명이다. 우씁니다 합평회 한 시간 전에 부리나케 노트북을 두드리며 ..
기록적인 폭염이란다. 겨우 5분 걸었을 뿐인데 땀이 주륵 흐르는 폭염이다. 마스크를 찢어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따라서 빙수의 날씨다. 요즘은 우유빙수만 보이고 얼음빙수는 찾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얼음빙수를 먹어야 한다. 더우면 더울수록 얼음빙수가 좋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함도 있지만 비열의 문제가 가장 크다. 비열한 얼음빙수라는 뜻이 아니다. 비열은 온도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열 에너지를 말한다. 얼음은 비열이 크기 때문에 녹기 위해서 우유보다 더 많은 열 에너지를 빼앗는다. 그만큼 내 입은 더 시원해진다. 그러니 더운 날씨에 얼음빙수는 비열하기 보다는 친절하다. 우유빙수를 파는 매장은 유독 냉방이 세다. 빙수를 먹어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우유빙수를 먹으면 그렇게 시원해지지 않기 때문에 ..
“내가 맛집 데려가 줄게!” 하연이 나를 당당히 데려간 곳은 맥도날드였다. “보통은 맥도날드를 맛집이라고 하지는 않아.” “맥도날드 맛있지 않아? 상하이 버거를 이길 수 있는 버거는 없지.” 하연이 싱긋 웃었다. 하연은 입을 조금 움직이거나 눈을 조금 감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편하게 하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쉽게 웃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잘 웃었다. 날이 추워질 무렵 대학교 동아리에서 그녀를 만났다. 처음 만난 날에 하연은 검정색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하연은 눈에서 태어난 것처럼 피부가 하얬다. 검정색 가디건은 그녀의 하얀 얼굴을 더 하얗게 만들었다. 따뜻한 카페에 들어가면 금방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검정색 커피가 빨대를 따라 작은 이빨을 넘어 하연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콜라 별로 안 ..
“여기는 너 따위가 올 공간이 아니야!” 나무 막대기가 내 머리통을 울렸다. 선생이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는 지름이 3cm는 됐다. 막대기에 맞은 내 머리는 떨었다. 분노보다 무서워서 나는 떨었다.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전교 10등까지만 모아놓은 자습실에 들어갔다가 수업이 시작한 줄도 모르고 놀고 있었다. 벌써 8년 전의 이야기다. 8년 전에 나는 빡빡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에서 먹는 저녁이 아직 낯설었다. 나는 가끔 자습을 빼먹어서 선생에게 뺨을 맞았고, 옆 교실의 친구들은 단체로 머리를 박았다. 어떤 친구는 수업 시간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엉덩이를 50대 맞았다. 아, 이 친구를 때린 선생이내 머리를 나무 막대기로 때렸다. 선생은 성적이 좋은 10%를 따로 모아 특반을 만들었..
그녀가 허리를 숙였을 때 마스크 틈으로 그녀의 코와 입술이 보였다. 넋 놓고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서둘러 눈을 돌린다. 눈동자가 한 바퀴를 돌아 그녀에게 향했을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들켰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당연히 도망쳤지. 훔쳐보다 걸리면 종신형인 거 몰라?” 당황해서 눈이 마주친 채로 1초 동안 그대로 있었다. 아주 위험하고 바보같은 짓이었다. 내가 훔쳐봤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었다. 머리 위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 밖으로 뛰었다. 내가 내려야 할 역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나는 범죄 현장을 벗어났다. 시퍼런 피가 묻은 손을 닦아야 하지만 적어도 현행범 체포는 면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범죄를 ..
수증기에 가려진 거울 너머에 내가 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나를 보며 면도를 한다. 조심스럽게, 베이지 않도록, 수염이 난 방향으로. 이제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출근한다. 시간이 없으니 무난한 옷을 고른다. 검정색 청바지에 맨투맨을 입고 서둘러 나온다. 출근하자마자 화장실에 들러서 일을 보고 거울을 보는데 아차. 수염 한 올이 튀어나와 있다. 아마 오늘 점심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실 때나 친구를 만날 때 신경이 쓰일 거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계속해서 수염 한 올이 거슬릴 거다. 그녀석을 잊어야 하나 기억해야 하나.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의식의 껍질을 뚫고 그녀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그래. 그녀석을 끄집어내서 품에 안은 채 울든가 억지로 저 깊숙한 곳으로 밀어놓은 채 잠을 ..
취업이 걱정되는 게 아니겠지.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할까봐, 사무직으로 일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거겠지. 그도 그럴 게 제조업과 현장직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니까. 시장논리에 의해서 결정된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수요와 공급이 우연히 만나 결정된 노동의 가격을 존중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우연은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하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유리 한 장으로 갈리는 아래에서 고층 빌딩 안을 쳐다보면 유리가 빛을 반사할 뿐이다. 유리에는 다른 빌딩의 모습이 반사될 뿐 빌딩 안은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철로 된 것처럼 보이던 유리도 결국은 유리다.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그 안이 보인다. 에서 주인공 쇼코는 괜찮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실패한다. 또 면접을 실망스럽게 본 쇼코..
코로나가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마스크를 쓴 모습은 익숙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은 놀랍다. TV에 2019년에 촬영한 예능이 흘러나오면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사회의 문제를 표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눈에 보이게 했다. 다양성에 대한 공격,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쉽게 무시해 버리는 태도가 표면 위로 떠오른 우리 사회의 문제다. 아는 사람이 얼마 전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왔다. 인구가 900만 명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매일 3000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매일3000명당 1명 꼴로 감염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인데 매일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