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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겸

초코악마빙수

우리도 씁니다 2021. 8. 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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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란다. 겨우 5분 걸었을 뿐인데 땀이 주륵 흐르는 폭염이다. 마스크를 찢어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따라서 빙수의 날씨다.

 요즘은 우유빙수만 보이고 얼음빙수는 찾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얼음빙수를 먹어야 한다. 더우면 더울수록 얼음빙수가 좋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함도 있지만 비열의 문제가 가장 크다. 비열한 얼음빙수라는 뜻이 아니다. 비열은 온도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열 에너지를 말한다. 얼음은 비열이 크기 때문에 녹기 위해서 우유보다 더 많은 열 에너지를 빼앗는다. 그만큼 내 입은 더 시원해진다. 그러니 더운 날씨에 얼음빙수는 비열하기 보다는 친절하다.

 우유빙수를 파는 매장은 유독 냉방이 세다. 빙수를 먹어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우유빙수를 먹으면 그렇게 시원해지지 않기 때문에 냉방을 세게 하는 거다. 진짜냐고? 표본 5개의 통계이니까 믿어도 된다.

 코로나가 퍼지면서 빙수를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 사람들도 많다. 그럴 수록 우유빙수보다는 얼음빙수를 먹어야 한다. 전기비를 걱정하면 집에서는 에어컨을 마음껏 켜기 어려울 테니 평소에 우유빙수를 먹던 가게보다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빙수를 먹으니 가게에서 빙수를 먹을 때보다 만족도가 덜하다고 느낀다.

 사실 얼음빙수를 향한 내 사랑에는 추억도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 고등학생 때 설빙이 막 나왔으니 그 전까지는 얼음빙수를 먹었다. 팥과 화려한 색의 찹쌀떡, 후르츠가 올라간 옛날식 팥빙수, 카페베네에서 나왔던 초코악마빙수나 딸기빙수가 내 미성년기의 빙수였다. 고등학교 여름방학에는 자습을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딸기빙수를 먹었다. 내가 딸기빙수를 비비자 친구는 비빔밥 비비냐며 욕했다. 친구는 빙수는 비비지 않고 그대로 퍼먹어야 한다고 그랬다. 그랬던 친구가 나중에는 비비니 더 맛있다고 했다.

 내가 화석이라고? 촌스럽다고? 그런 시선 때문에 요즘은 친구들에게 얼음빙수를 먹자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빙수를 혼자 먹자니 양이 너무 많고 보관했다가 다시 먹기도 까다롭다.

 

 그러다 얼마 전 너를 졸라 얼음빙수를 먹었다. 때가 늦어서 여러 빙수를 비교해보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빵집에서 옛날 팥빙수를 먹었다. 아쉽게도 내가 바랐던 떡이나 후르츠가 올라간 팥빙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카페베네에서 얼음빙수를 먹자고 했다.

 너는 그 전에 설빙을 먹자고 했다. 오케이, 딜. 어서 설빙에 가자. 서둘러 얼음 빙수를 먹어야 하니까. 여름이 끝나기 전에 얼음 빙수를 먹어야 한다.

 벌써 8월도 절반 정도가 흘렀다. 더위가 뒷덜미를 달구고 습기가 볼에 달라붙어 짜증나지만 조금은 아쉽다. 얼음빙수를 생각하면 여름의 꼬랑지를 잡아두고 싶다.

 

 

 

 

by. 김도겸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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