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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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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나타나겠다고 신고한 곳으로 가면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검은색 정강이 보호대를 꼭 찬다. 내가 첫 후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떨어진 가을의 이파리들이 짓밟히고 으깨진 상태로 하수구를 틀어막았던 때, 그들이 나타날 강남터미널로 출동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출동이었다. 터미널 어딘가에 버스를 주차했고 나와 동기는 내려서 선임들에게 정강이 보호대를 차는 교육을 받았다. 한 선임이 말했다. 과거에 장애인 시위자들의 자동 휠체어에 다리를 다친 대원이 있었기 때문에 정강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그리고 방패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휠체어가 빠른 속도로 돌진할 땐 방패를 꼭 땅에 닿게 한 다음 45각도로 자신의 몸 쪽으로 기울이라는 것. 그 이유는 그들이 휠체어로 들이박을 경우 방패를 땅에 더 견고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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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대¹에 신병들이 도착했다. 훈련소 햇볕에 탄 피부가, 두피가 보일 정도로 짧은 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들은 잘생긴 건달들 같았다. 그때 마침 A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A는 스페인어를 전공한 엘리트였고 나의 먼 후임이자, 우리 소대²의 막내였다. A는 나를 보자 인사하고 송곳니를 보이며 웃었다. 나는 A에게 턱짓으로 신병들을 가리켰다. A의 표정이 굳었다. 2. 신병은 부대의 흥분과 노동력의 대명사다. 물론 ‘우리’의 신병일 때만. 내가 가리켰던 신병들은 우리 소대가 아닌, 다른 소대 소속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신병들이 오지만, 우리 소대에‘만’ 신병이 오지 않을거라는 소식을 들은 건 전날 밤이었다. A는 낙담했다. A는 최장기간 막내였다. 사실, 몇 달째 막내가 없다는, 이 기록적인 불행은 예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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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에 전입한지 오래지 않았을 때, 불침번 관련 교육을 받았다. 시간만 때우지 말고 성실히 경계근무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타 중대에서 취침 시간에 손목을 그은 대원 이야기가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오래도록 나오지 않아 불침번 대원이 확인을 했고, 그 덕에 큰일을 치르지 않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해당 대원에게 특별 외박을 줘야 한다, 훌륭한 대원이다. 칭찬이 한동안 마르지 않았다. 이야기는 그 뿐이었다. 잠을 못 이루고, 사람들의 의식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밤시간을 기다려, 날카로운 것과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야했던 대원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무엇이 그를 삶에서 소외되게 만들었는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낫다는 이승을 포기하게 하였는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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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시절, 소속된 경찰서의 관할구역을 방범·순찰하는 게 담당 임무 중 하나였다. 서너 명이 한 조를 이뤄 그 날 해당하는 일대를 조의 수만큼 나눠 순찰한다. 배정받는 곳들의 명칭은 ~초교(初校), ~사거리, ~역, ~소방서, ~파출소 등이다. 그런데 그중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었고, ‘~마트’가 바로 그것이었다.(사실 마트라기보다는 슈퍼에 더 가까웠지만.) 2. 내가 지금 사는 곳을 관할하는 경찰서 역시 존재하고, (지금은 해체됐지만)그곳에 소속된 의무경찰들이 타고 이동하는 경찰버스를 전역 후 가끔 볼 수 있었다. 집 근처에서 방범·순찰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번은 우리와 가까이 사는 이모네 집 근처를 의무경찰들이 순찰하면 어떨까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