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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겸

왜 나는 널 사랑할까

우리도 씁니다 2021. 9. 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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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왜냐고? 그러게. 왜지? 세상에는 예쁜 사람이 많으니까 예쁘다는 이유가 되지 않아. ‘예쁘다’는 정량적인 개념이 아니니까. 누구는 100만큼 예쁘고, 누구는 50만큼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쁘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거야. 500g과 200km 중에 뭐가 더 예쁘다고 대답할 수 없듯이 ‘예쁘다’는 정성적인 개념이야. 양적인 차이라기 보다는 질적인 차이라고. 내 눈에는 500g과 200km가 모두 예뻐 보이는 걸.

 아니야 미안해. 등은 돌리지 마. 하지만 여전히 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못생긴 사람이 되어 버리잖아. 나는 사랑에게 칼을 쥐어주고 싶지 않아.

 너를 볼 때 설레기는 하냐고? 당연하지. 하지만 너를 보는 모든 순간 설레지는 않아. 오히려 설레는 순간은 아주 적어. 하지만 설레는 순간은 금방 변해. 해가 지기 전의 하늘처럼 예쁘더라도 금방 변해. 30분 후에는 곤색 어둠에 물들어버리지. 나는 사랑을 그렇게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아. 너무 불쌍하잖아.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고양이 같잖아.

 하지만 감정은 순간의 것. 언어로 옮기면 그 감정은 개성을 잃고 디지털화 되어버려. 사랑을 순간적인 감정으로 두고 싶지 않다면 무언가 다른 역할을 맡겨야 해. 하루는 하늘에 불이 꺼졌을 때 사랑을 내 앞에 앉혀두고 빤히 쳐다 봤어. 우리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 거냐고 사랑에게 물었지만 그 녀석은 다리를 꼬고는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했어.

나는 사랑에게 너를 60억 명 중의 유일한 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기고 싶었어. 그랬더니그 녀석은 벙찐 표정으로 어쩌라고 물었어. 우선 너와 같은 공간과 시간에  머무르라고 말했어. 그리고 너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라고 말했어. 그냥 안아주라고 했어. 너를 안고 순간을 1초로, 1초를 1분으로 만들자고 했어.

 왜 너를 좋아하냐고? 지금 너가 내 옆에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러겠다고 선언했으니까. 가려운 부분이 아직 꿈틀대고 있네. 하지만 너도 걱정하지 않잖아. 그랬다면 질문에서 ‘왜’가 빠졌겠지. ‘왜 너를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너를 좋아하는지’ 물었겠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 눈물을 코 안쪽으로 훌쩍 집어넣고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려줘. 내 다리를 너의 푹 파인 허리에 올려놓게 해줘.

나는… 지금 여기서… 너를… 쿨, 쿨, 쿠울…

 

 

 

 

by.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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