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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겸

방역전쟁

우리도 씁니다 2021. 4. 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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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마스크를 쓴 모습은 익숙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은 놀랍다. TV에 2019년에 촬영한 예능이 흘러나오면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사회의 문제를 표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눈에 보이게 했다. 다양성에 대한 공격,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쉽게 무시해 버리는 태도가 표면 위로 떠오른 우리 사회의 문제다.

Marc Riboud, 『Jan Rose』, 1967’

 아는 사람이 얼마 전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왔다. 인구가 900만 명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매일 3000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매일3000명당 1명 꼴로 감염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인데 매일 400명 내외의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매일 12만5천명 당 1명 꼴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한국보다 심각한 상황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심각한 상황만큼 주목할 만한 점은 주변에서 감염된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이 30명 정도라고 가정하면 한 다리를 건너면 900명, 두 다리를 건너면 2700명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대략 두 다리를 건너면, 그러니까 친구의 친구의 친구 혹은 엄마의 친구의아들 정도로 떨어져 있는 사람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거의 매일 접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온 지인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변에서 감염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며 코로나가 정말로 유행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내 지인의 지인들이 독특한 경우인가? 나는 전혀 독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향한 비난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감염된 사람들이 감염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는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다중 집합 시설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 간단히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다루어진다. 그러니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은 마땅히 해야할 방역 수칙을 어겼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며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비난은 ‘정상’의 축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더욱 심해진다.

 2020년 3월 1차 대유행이 시작된 신천지와 5월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태원 동성애자 클럽에서 비난은 가시화된다. 신천지 집단 감염을 통해 신흥 종교에대한 혐오가 퍼지고 이태원 집단 감염을 통해 동성애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했다. 하지만 인신공격의 오류를 떠올려 보면 비판받아야 할 것은 이 집단들이 저지른 비이성적이고 방역에 위협을 주는 행동들이지, 이 집단 자체가 아니다.

 3차 대유행의 불을 붙인 광복절 집회에서도 이전의 유행에서와 비슷한 양상으로 집회 참가자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11월 19일 발표에서 광복절 집회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태극기 집회를 비판했다. 

대규모 집회에 대한 비판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추모 집회와 비교했을 때 생각할 거리들을 던진다. 미국의 정부 기관 발표나 언론의 보도에서 조지 플로이드 추모 집회를 방역의 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언론도 태극기 집회를 나쁘게 묘사하면서 조지 플로이드 추모 집회는 나쁘게 묘사하지 않았다. 태극기 집회는 허무맹랑하기 때문에 방역의 적으로 묘사되어도 괜찮고 조지 플로이드 추모 집회는 의미 있기 때문에 방역의 적으로 묘사되면 안 되는 것인가? 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내용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방역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적으로 묘사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적 이익을 위해 인권이나 자유를 양보하라고 쉽게 요구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전쟁의 언어에서 볼 수 있다. 검찰개혁 전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방역 최전선, 코로나 준전시 상황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은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의지를 보여주거나 사람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때에도 활발하게 사용된다. 수전 손택은 질병을 둘러싼 전쟁의 은유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전쟁의 은유는 “권위주의적인 법률을 강제적으로 정당화해 줄 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의 억압과 폭력을 은연중에 수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p.239, 수전손택)

 실제로 우리나라는 방역 초기 감염자의 동선을 분 단위로 공개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확진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자신의 지인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감염자의 입을 통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감염자를 특정할 수 있는 분 단위 동선 공개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방문자 명부를 작성하는 생활속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매일 발생하는 코로나 감염자 수가 손에 꼽을 수 있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재난문자로 ‘친절히’ 감염자의 동선을 분단위로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금은 과도한 정보 공개가 수도권에서는 줄어들었는데, 이는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는 태도에서나온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감염자의 수에서 나온다. 매일 수백 명의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에 감염자의 정보는 더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쇼킹한 것도 아니다. 방역 초기부터 정부가 통신사로부터 감염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았던 점을 떠올리면 필요한 정보는 처음부터 아니었다. 뉴스를 보고 자신이 감염자의 동선과 겹친다는 것을 알고 방역당국에 신고하기도 전에 정부는 이미 연락을 취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은유가 국가 주도의 억압과 폭력을 은연중에 수반할 거라는 손택의 통찰은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있다. 그리고 억압과 폭력이 수반되는 것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된다.

 

 

참고도서

2002, 은유로서의 질병, 수전 손택, 이재원 역, 도서출판 이후

 

 

 

 

 

by. 김도겸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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