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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그들이 나타나겠다고 신고한 곳으로 가면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검은색 정강이 보호대를 꼭 찬다. 내가 첫 후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떨어진 가을의 이파리들이 짓밟히고 으깨진 상태로 하수구를 틀어막았던 때, 그들이 나타날 강남터미널로 출동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출동이었다. 터미널 어딘가에 버스를 주차했고 나와 동기는 내려서 선임들에게 정강이 보호대를 차는 교육을 받았다. 한 선임이 말했다. 과거에 장애인 시위자들의 자동 휠체어에 다리를 다친 대원이 있었기 때문에 정강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그리고 방패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휠체어가 빠른 속도로 돌진할 땐 방패를 꼭 땅에 닿게 한 다음 45각도로 자신의 몸 쪽으로 기울이라는 것. 그 이유는 그들이 휠체어로 들이박을 경우 방패를 땅에 더 견고하게 ..
“내가 맛집 데려가 줄게!” 하연이 나를 당당히 데려간 곳은 맥도날드였다. “보통은 맥도날드를 맛집이라고 하지는 않아.” “맥도날드 맛있지 않아? 상하이 버거를 이길 수 있는 버거는 없지.” 하연이 싱긋 웃었다. 하연은 입을 조금 움직이거나 눈을 조금 감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편하게 하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쉽게 웃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잘 웃었다. 날이 추워질 무렵 대학교 동아리에서 그녀를 만났다. 처음 만난 날에 하연은 검정색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하연은 눈에서 태어난 것처럼 피부가 하얬다. 검정색 가디건은 그녀의 하얀 얼굴을 더 하얗게 만들었다. 따뜻한 카페에 들어가면 금방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검정색 커피가 빨대를 따라 작은 이빨을 넘어 하연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콜라 별로 안 ..
1. 그 동네에는 빵집이 있다, 모녀가 운영하는. 한 달에 두 번, 대형 마트의 휴무는 매출의 증가를 확연히 보여주었고, 얼마 안 있어 마트가 리뉴얼하며 매장에 빵집이 없어졌다. 매출의 증가를 확신한 딸은 엄마에게 차를 바꿔도 되겠다는 농담을 건넨다. 엄마는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근처에 빵집 하나 곧 생길걸” 그녀의 말대로 동네에 빵집에 두 개가 더 생겼다. 게다가 하나는 정류장 앞에. 2. “참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야.” 부모님을 포함해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늘 뒤에는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지겹도록 듣는 대사 때문에, 앞선 말은 본론을 말하기 전 들려오는 헛기침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스터디 카페’를 나오면서 내 입으로 중얼거린다. 공부는 늘 어딘가에 짱박혀 하..
1. 그때 카페에서, 우리는 검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빛은 창문을 뚫고 들어와서 뺨의 솜털과 곰지락거리는 손가락, 그리고 손에 들린 컵을 비췄다. “그거 들었어?” 그녀는 나에게 최근에 일어난 범죄를 이야기해 줬다. 용의자는 아이의 엄마. 용의자의 DNA 검사. 99.9% 일치. DNA 검사를 반박하는 용의자. 용의자를 반박하는 과학수사. 그녀는 진지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유전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2. 나는 생각했다. 과학수사? 맞아, 얘 집 10분 거리에 과학 수사대가 있었지. 그러자 어떤 이미지 하나가 툭 떠올랐는데, 그 이미지는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했다. 무대가 과학 수사대였다. 시간은 깜깜한 밤, 인물은 우리 둘과 지나가는 남자들. 크고 작은 소품들도 떠올랐다. 검은색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