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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를 기억하시나요. 자리를 옮기며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일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행성을 떠나온 어린왕자를 기억하시나요. 어린왕자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다섯 개의 행성에서 다섯 명의 어른들을 만났던 것도 기억하시나요? 성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난 이제는 나는 이 다섯 명의 어른 중 어떤 어른과 닮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지리학자인 거 같아요. 지리학자는 커다란 화산은 탐구하지만 덧없는 꽃에 대해서는 탐구하지 않습니다. 직접 탐험하지 않고 탐험가에게 물어볼 뿐입니다. 어느 순간 저도 지리학자같은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화산처럼 거창해졌어요. 직접 겪은 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려워 보이는 책 속 문장을 이야기해요. 그래서 자주, 제 앞에서 동공이 풀린 채 이야..
1.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된 후, 그러니까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그리고 제대로 책 한 권을 완독했다. 교복을 입었을 땐 뭐 했냐고? 독후감은 인터넷에서 긁어와서 완성했고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쿨’ 하지 못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책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남은 건 핸드폰 뿐이었고 기사를 보다가 영화 평론가가 추천해 주는 책에 대한 글을 봤다. 천명관의 「고래」, 정유정의 「7년의 밤」 이었다. 뭐라더라, ‘2000년대에 나온 가장 재밌는 소설’ 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다음 날 도서관으로 갔다. 처음으로 회원카드를 만들고 앞의 두 책과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빌렸다. 어땠냐고? 새벽까지 다리를 덜덜 떨면서, 감..
작년부터 자주 들어오던 노래가 있다. 물론 그런 곡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발매된 지 약 1년 하고 2개월이 지나고도 아직 익숙함이라는 요소가 질림에 굴복하지 않았음에 가끔 놀라긴 한다. 곡 제목을 말하기에 앞서, 일부의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맞지만, 영업의 목적은 아니란 것을 밝힌다. ‘볼빨간 사춘기’의 ‘워커홀릭’이라는 곡인데, 뭐 그렇게 취향을 타는 가수는 아닐 것이다. 영업이 필요한 가수도 아니다. 팬을 자처하는 많은 이들을 보아왔기도 하고, 대부분 공감하는 장점을 갖는 가수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 곡은 내 MP3 플레이리스트 속 ‘신곡’ 목록에 1년 이상 자리하고 있는 곡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오던 중 듣게 된 이 노래가 작년의 그 느낌과는 좀 다르단 것을 느꼈다. 질렸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