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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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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는 뮤지컬을 전공했다. 어느 날 또 다른 친구 K는 Y에게 직장 상사의 결혼식 축가를 부탁했고, 하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Y는 감사의 표시로 돈을 받았다. K는 식장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Y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나에게 보여주었고, 화면을 보며 이전에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하던 생각이 났다. 단순히 즐기던 목소리로, 뮤지컬을 전공한 친구는 돈을 벌었다.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몇 주 뒤에 K와 Y를 만났다. 늘 그랬듯 밥을 먹고 술을 한 잔 하러 갔다. 노래방을 잠깐 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섣불리 노래방을 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 여전히 확진자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밀폐된 공간을 들어가자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보단 목소리로 돈을 벌고 있는 친구의 노래를 아무런 보답 없이 듣는 게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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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염증이 떠들썩해지기 이전엔 찜질방을 즐겨갔다. 다른 곳보다, 목욕탕 내에 있는 습식사우나를 좋아했다. 습식사우나 안에서는 땀과 분무가 섞여 오래있지 않아도, 땀에 흠뻑 젖은 것 같은 꼴이 된다. 그 성분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할지언정, 많은 땀을 흘렸을 때 느끼는 뿌듯함을 느끼는데는 큰 차이가 없다. 몸에 맺힌 물방울이 둘 중 어느 것인지 보다 나의 만족감이 더 중요했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효능에 대한 공감과 필요 보단, 흠뻑 땀을 흘렸다는 효용감에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명하게도, 우리는 (특히 나는)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누가보더라도 나은 대안이 있더라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해되지 않는 선택을 할지라도 ‘나의 효용감’ 때문이라는 이유를 붙이면, 그건 시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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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한문을 공부하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다소(多少)’였다. 대소(大小), 장단(長短), 상하(上下), 좌우(左右) 등 단순히 상반되는 두 한자의 나열과 달리, ‘다소’의 활용 예시들은 부사였다. 아쉽게도 언어적 탐구 욕구가 수학과 같은 분야의 그것보다 작았기에, ‘다소’는 일상 속 언어 활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됐을 뿐이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몇 년 사이에 가장 눈에 띄고, 나 역시 자주 선택하는 표현이 되었다. 어떤 분야에 조금이라도 먼저 발을 집어넣은 이들의 말. 이때 ‘다소’는 ‘어느 정도’로 대체되곤 한다. 그리고 시작에 앞서 불안한 누군가는 “그래서 그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데?”라고 재차 묻는다. 아직 전문가가 아닌 선발(先發)자는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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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왜냐고? 그러게. 왜지? 세상에는 예쁜 사람이 많으니까 예쁘다는 이유가 되지 않아. ‘예쁘다’는 정량적인 개념이 아니니까. 누구는 100만큼 예쁘고, 누구는 50만큼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쁘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거야. 500g과 200km 중에 뭐가 더 예쁘다고 대답할 수 없듯이 ‘예쁘다’는 정성적인 개념이야. 양적인 차이라기 보다는 질적인 차이라고. 내 눈에는 500g과 200km가 모두 예뻐 보이는 걸. 아니야 미안해. 등은 돌리지 마. 하지만 여전히 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못생긴 사람이 되어 버리잖아. 나는 사랑에게 칼을 쥐어주고 싶지 않아. 너를 볼 때 설레기는 하냐고? 당연하지. 하지만 너를 보는 모든 순간 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