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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2021. 7.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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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동네에는 빵집이 있다, 모녀가 운영하는. 한 달에 두 번, 대형 마트의 휴무는 매출의 증가를 확연히 보여주었고, 얼마 안 있어 마트가 리뉴얼하며 매장에 빵집이 없어졌다. 매출의 증가를 확신한 딸은 엄마에게 차를 바꿔도 되겠다는 농담을 건넨다. 엄마는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근처에 빵집 하나 곧 생길걸” 그녀의 말대로 동네에 빵집에 두 개가 더 생겼다. 게다가 하나는 정류장 앞에.

 

2.

“참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야.”

부모님을 포함해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늘 뒤에는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지겹도록 듣는 대사 때문에, 앞선 말은 본론을 말하기 전 들려오는 헛기침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스터디 카페’를 나오면서 내 입으로 중얼거린다.

 

공부는 늘 어딘가에 짱박혀 하는 것이었다. 티내지 않아야 그게 미덕이고 결과도 좋은 법이었으니까. 그래서 교복을 입은 학교나 독서실이 아닌, 카페와 같이 트인 공간에서 하는 공부는 분명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공부를 위한 카페가 생겼다. 너무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고, 오히려 고급스러운 외형 덕분에 앉아서 펜을 들기만 해도 ‘이 넓은 세상에 너의 꿈을 펼치라는’ 희망적인 말이 들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물론 하루 이틀이지만.)

 

그래서 스터디 카페를 생각해 낸 누군가가 대단했다. 재미없는 공부를 하더라도 같은 값이면 화려한 곳에서 하는 게 너무 당연한 심리일 테니까. 그렇게 우리 동네에도 ‘독서실’이라 불리는 공간은 점차 사라지더니, 거의 스터디 카페로 바뀌었다.

 

“은퇴하고 스터디 카페 같은 건 어떨까.” 부모님의 대화였다. 진지한 고려는 아니었고, 스터디 카페가 시설도 좋고 사람도 많다고 하니 한 번 던지신 말이었다. 사업은 아무것도 모르던 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아직 이 동네에 스터디 카페 하나 정도는 더 들어갈 자리가 있을 것 같았으니까.

 

3.

신호등 앞에 섰다. 시선이 빨간불에서 옆에 보이는 건물의 2층으로 옮겨갔다. ‘OO스터디 카페 오픈 예정’. 책에서 본, 모녀가 운영하는 빵집이 생각났다.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고, 아직 이 동네에 스터디 카페가 포화상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문자 메시지가 왔다. 다니고 있는 스터디 카페로부터.

 

‘알찬 방학 준비 이벤트!!! 기간권 파격가!!!’

 

이벤트 가격으로 곧장 기간 연장을 할까 했지만, 곧 오픈하는 곳 역시 이에 못지 않을 이벤트를 진행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문득, 한 개도 아닌 세 개의 ‘느낌표’가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글쓰기를 고통스러워하면서 다른 작가의 책은 ‘독자의 권위’와 함께 신나게 평가하는 것처럼, 사업에 ‘사’자도 모르면서 ‘소비자의 권위’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했을 그들의 선택이 잘못됐다 평가하고 있다.



 

 

by. 환야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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