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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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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 직원이 말했다. “안 도와줘도 돼요. 돈 내줄 것도 아니면서 무슨, 뭘 도와준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녀의 대답에 직원은 ‘네?’하고 물었고, 여자는 ‘오래 걸려요?’라며 말을 돌렸다. 이재용 감독의 (2016) 속 한 장면이다. 인물의 대사처럼 ‘대신’ 또는 ‘같이’ 돈을 내줄 것도 아니기에 이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는 그 자체로만 보면 이상한 문장처럼 보인다.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이 문장이 생겨난 데에 그리 특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예의를 표현함으로써 그 가게에 대한 인식에 호감을 불러일으켜 다음 소비를 한 번이라도 더 유도하고자 한 목적이리라. 그러나 알바를 하는 직원들에게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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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模範生) :학업이나 품행이 본받을 만한 학생 ‘모범생’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초중고 시절처럼 ‘타에 모범이 되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때가 아닌, 대학교에 입학한 뒤 두 번이나 각기 다른 교수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칭찬이야 어쨌든 기분 좋은 게 사실이고, 게다가 당시 전공보다 좀 더 흥미와 열정을 가졌던 타전공 교수님들의 말씀이었기에 이렇게 글 쓰는 순간으로까지 이어진 듯하다. 처음 그 단어를 듣게 된 강의는 실습 위주의 형식이었다. 그 강의에서는 매주 실습한 내용을 각자 적어 정리한 뒤 학기 마지막 주에 제출해야 했고, 해당 과제의 서식은 학기 초에 교수님께서 미리 올려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팀플’이었고,(단편영화 한 편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실습 경험이 전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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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봉하는 영화가 있는데, GV(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그 배우가 맡는다는 거야 글쎄. 단편영화 위주로만 출연해서 영화제 아니면 보기 힘들 줄 알았지. 아, 이 영화에 출연한 건 아니고, 그 전작에 출연한 것 때문에 진행하기로 했나 봐. 그래서 이번에 가서 그림 선물하려고. 맞아, 지금 그리고 있는 게 그거야. 확실히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그런지 사진도 많지가 않아서 고르는 것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 받으면 좋아하겠지? 저번에 드렸던 배우분도 책상에 잘 뒀다고 하는 거 보면 역시 괜찮은 선물이야. 역시 뭐라도 배워두면 활용할 데가 분명 있다니까. 근데 말이야, 팟캐스트 들으면서 그림 그리다가 생각난 건데, 이 선물이 괜히 희망고문이 되면 어떡하나 싶어지는 거야······. 아니, 공시 같은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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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호사가 담당한 남자는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갖고 있다. 변호사와 검사, 그리고 판사는 재판 전에 모여 진행과 결론을 의논한다. 검사와 판사는 최고 형벌로 결론짓기를 원한다. 재판 막바지에 갑자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피의자의 비일관적인 행동으로 인해 변호사도 이제는 그것이 불가피한 것을 안다. 게다가 ‘법조계’라는 한 배를 탔기에 더 이상 밀어붙이는 것도 자신에게 좋지 않다. 이젠 감정을 담아 피의자를 위로하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되뇌이는 게 최선이다. 재판이 끝났다. 변호사는 피의자의 자백을 상기한다. 앞에 놓인 시체를 보며, 그는 뺨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았다고 한다. 변호사가 법정을 나온다. 해가 지고 있다. 붉은 노을빛이 그의 뺨에 닿는다. 그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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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최신작을 보았다. 라는 제목의 영화인데, 늘 그래왔듯, 극적인 사건이 없을뿐더러 형식적인 변화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2011)이나 (2014)의 경우 형식적인 변화가 명확했고, (2010)는 네 편의 단편작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이자 일종의 사건이었다. 을 기점으로 그의 영화는 점점 소설보다는 시적인 형식을 띠기 시작했고, 이번에도 그러한 형식적인 부분이 존재했지만, 그게 다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는 여전히(작품성적인 측면이 아닌 존재감의 측면에서) 독보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늘 그런 형식적인 모습에서만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2017)는 누가 보아도 각본가이자 감독 자신의 상황임을 보여주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대사까지 사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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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진 백열등에서 생각한 는 밝을 것 같았는데 팡샤오샤오(주동우)와 린젠칭(정백연)은 꿈을 가지고 베이징으로 상경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난 하지만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영화는 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이 우연히 만난 현재 시점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된다. 이 영화의 특색은 빛이다. 빛의 양이 부족해 방 안에 그림자를 드리우던 백열등과 침침한 형광 등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지금의 LED와는 다른 온도의 빛 덕분에 관객은 쉽게 그 시대 로 갈 수 있다. 두 주인공이 밝은 미래를 꿈꾸는 모습은 LED를 기약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주인공을 기다리던 현재의 빛은 LED가 아니라 흑백이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린젠칭의 하숙집을 하이 앵글로 보여준 장면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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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였다. 올해 장마는 특히 길었다고 한다. 게다가 기억나는 태풍의 이름만 세 개 정도이니 단순히 긴 장마가 아니었다. 그리고 하필 그 시기에 촬영이 있었다. 덕분에 체감상 그 기간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8월이 시작되면 세찬 비까지 내리지는 않을 거라 감히 예상했고, 주간 일기 예보에 뜬 먹구름들은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 대한 기상청의 귀찮음을 대변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촬영 일주일 전, 비가 계속 올 거라는 일기 예보를 보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그때 되면 안 오겠지.” 테스트 촬영을 위해 모인 스태프들은 서로 이렇게 위로했다. 아니, 나를 위로했다. 나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지만, 첫 연출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연출이었고, 졸업 영화라는 타이틀은 ‘될 대로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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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이었다. 대부분 시험이 리포트로 대체되었고,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글을 진행해봐야겠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켜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살피고 있었다. 아쉽지만 유튜브에는 A+를 받을만한 신선한 접근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물론 검색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고, 다양한 분야로 안내하던 알고리즘은 글의 수준을 높여줄 만한 영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영상을 찾을 수 없어 다음으로는 이런저런 커뮤니티의 글들을 살폈다. 유머가 가미될수록 글의 흥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것은 ‘유머 게시판’이었고, 재미있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캡처해 온 듯한 글의 제목은 ‘20대 후반에 깨달은 것’이었고, 내용은 대인관계, 체력관리 등을 포함한 다섯 가지로 된 조언 또는 일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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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집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영화를 보러 간 이유는 영화가 끝나고 약 2시간 정도 진행되는 평론가의 해설 때문이다. 주말이었고, 영화 시간과 비슷한 2시간 동안 해설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생각나는 평론가가 있다면 이 글이 좀 더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참고로 이 평론가의 제일 길었던 해설 시간은 약 5시간으로 알고 있다.) 심오한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단순한(것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 병에 걸린 소녀가 등장하고, 성실과는 거리가 먼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뒤, 삶이 끝나기 전까지 사랑하는, 뭐 그런 내용이다. 제목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날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해설을 들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만큼 어디서 분명 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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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저녁으로 산 밥버거를 들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예매해둔 영화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아 있었고, 저녁과 과제를 대충 끝낸 뒤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후문 앞에서 한 잔 하러 가는 동기 둘을 마주쳤다. 그날이 마지막 상영이었던 영화였기에, 내가 들고 있던 밥버거도 안주로 하자는 제안을 두 번 거절했지만 결국 함께 근처 포차로 향했다. 당연히 술도 마셨다. 그날 그 두 사람의 목적은 기분 좋게 취하는 것뿐 아닌, 나로 하여금 영화를 취소하게 만드는 것 역시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획해 놓은 관람 예정 리스트에 구멍을 내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던 시기라, 술을 먹고 보러 가라던 그들의 말을 기억하며 관람의 의지가 증발하는 것을 막았고, 먹은 만큼의 돈에 몇 천원 더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