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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우리>는 밝을 것 같았는데 본문
그림자 진 백열등에서 생각한 <먼 훗날 우리>는 밝을 것 같았는데
팡샤오샤오(주동우)와 린젠칭(정백연)은 꿈을 가지고 베이징으로 상경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난 하지만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영화는 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이 우연히 만난 현재 시점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된다.
이 영화의 특색은 빛이다. 빛의 양이 부족해 방 안에 그림자를 드리우던 백열등과 침침한 형광 등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지금의 LED와는 다른 온도의 빛 덕분에 관객은 쉽게 그 시대 로 갈 수 있다. 두 주인공이 밝은 미래를 꿈꾸는 모습은 LED를 기약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주인공을 기다리던 현재의 빛은 LED가 아니라 흑백이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린젠칭의 하숙집을 하이 앵글로 보여준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세트장이 드러날 것을 감수하고 대담한 연출을 했다. 벌집같이 모여있는 빽빽한 방들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은 각 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하게 되고 이 공간이 세트장이라는 점은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방에 있는 사람들의 엉뚱하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을 통해 그 시절 우리는 어딘가 부족하지만 행복했다고 인식하게 된다. 또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린젠칭과 팡샤오샤오 둘 만의 이야기에서 하숙집으로 확장된다. 더 나아가 관객은 이 영화에 자 신의 삶을 대입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흔한 첫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주 인공들은 첫사랑을 놓치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인생을 첫사랑 하나로 표현하는 방식은 강렬한 임팩트를 주지만 인생을 단순화시킨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피켓을 든 사람들의 모습은 이 영화를 명확한 하나의 메시지로 바꿔버린다. 눈물은 있지만 감동은 없는 영화다.
인생을 단순화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비교된다. 두 영화 모두 아련한 첫사랑을 다룬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는 <먼 훗날 우리>와 달리 한 때 사랑했던 주인공들이 서로를 보며 웃으며 끝난다. 웃음을 통해 아련한 첫사랑을 그 시절의 기억으로 남겨둔다. 그 이후의 삶은 첫사랑에 종속되지 않는다.
<먼 훗날 우리>는 삶을 일직선으로 묘사한다. 한 시점에 만난 장애물은 평생을 거쳐 인물에 영향을 끼친다. 바꿀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더 슬프게 느껴지고 여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을 바꿀 수 없는 것, 단순한 것으로 묘사해서 무력감을 준다.
by.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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