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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 직원이 말했다.
“안 도와줘도 돼요. 돈 내줄 것도 아니면서 무슨, 뭘 도와준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녀의 대답에 직원은 ‘네?’하고 물었고, 여자는 ‘오래 걸려요?’라며 말을 돌렸다.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 속 한 장면이다. 인물의 대사처럼 ‘대신’ 또는 ‘같이’ 돈을 내줄 것도 아니기에 이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는 그 자체로만 보면 이상한 문장처럼 보인다.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이 문장이 생겨난 데에 그리 특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예의를 표현함으로써 그 가게에 대한 인식에 호감을 불러일으켜 다음 소비를 한 번이라도 더 유도하고자 한 목적이리라. 그러나 알바를 하는 직원들에게는 그것이 그 의도만큼 좋지만은 않다. 그 대사 자체도 그렇지만, 같은 돈을 받고 손님 한 명이라도 덜 오면 그게 더 좋지 않은가. 팁을 주지 않는 이상, 가게가 어려워 직원인 내가 잘릴 가능성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렇게 예의 차리면서까지 손님을 받고 싶은 직원, 있으면 손들어 보라. 그렇기에 ‘계산해드리겠습니다.’ 정도의 말이라면 절대 거슬리지 않고, 가게의 주인이 아닌 직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대사일 것이다.
최근에 두 카페를 연달아 갔다. 첫 번째 카페는 내 커피, 두 번째 카페는 동생의 커피를 사기 위해서였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카페에서 직원이 카드를 받으며 말했다. ‘여기도 그러네’ 속으로만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 카페로 가서 주문을 했다. ‘계산해드릴게요.’ 직원이 말했다. 카드를 내밀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덜 친절한 느낌. 속으로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를 한 번 되새겨보았다. 어라, 이게 맞는 것 같았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지나친 친절이라 비판하면서도, 나 역시 계산을 ‘도와주길’ 원하고 있다.
by.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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