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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희망, 고문

우리도 씁니다 2021. 2. 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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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봉하는 영화가 있는데, GV(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그 배우가 맡는다는 거야 글쎄. 단편영화 위주로만 출연해서 영화제 아니면 보기 힘들 줄 알았지. , 이 영화에 출연한 건 아니고, 그 전작에 출연한 것 때문에 진행하기로 했나 봐. 그래서 이번에 가서 그림 선물하려고. 맞아, 지금 그리고 있는 게 그거야. 확실히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그런지 사진도 많지가 않아서 고르는 것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 받으면 좋아하겠지? 저번에 드렸던 배우분도 책상에 잘 뒀다고 하는 거 보면 역시 괜찮은 선물이야. 역시 뭐라도 배워두면 활용할 데가 분명 있다니까.

 

근데 말이야, 팟캐스트 들으면서 그림 그리다가 생각난 건데, 이 선물이 괜히 희망고문이 되면 어떡하나 싶어지는 거야······. 아니, 공시 같은 것도 1차는 매년 합격하는데 그 2차가 안 돼서, ‘좀 더 해보자, 좀 더 해보자.’ 하다가 나중엔 나이만 먹고 그냥 그때 다른 거 할 걸하면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잖아, 주변 얘기로 들은 것도 있고. 그니까, 이 선물이 괜히 희망만 주게 되는 걸 수도 있다는 거지. , 물론 오지랖이고 김칫국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만약 현재 시점에서 그 배우분이 연기를 계속할까 다른 걸 할까고민하는데, 내가 초상화를 줘서 용기를 얻고 계속 간다고 해봐. 진심과 시간을 담은 선물로 보여서 기본적으로 고맙긴 하겠지만, 그 그림 하나로 선택한 방향이 나중에 큰 후회만 남는 결정인 걸 깨달아 버리면, 그 순간에 그림에 대한 원망······, 아니 그림 준 사람에 대한 원망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는 거야. 아 물론 그 배우의 능력이 의심스러워서 이런 생각이 든 건 아니야. 장편 영화 주연도 했었다니까. 뭔 소리야, 아니야. 바쁘긴 해도 그림 그리는 게 귀찮을 리가. ······아닌가, 정말 바쁘고 귀찮아서 내가 변명하는 건가.

 

나도 말이야, 이번 작품 하면서 참 좋긴 했고 다음 작품 욕심도 나고 했단 말이지. 저번에 말했잖아, 아이템이 또 하나 생각났다구. 근데 또, 그게 어디서 수상하거나 본선 진출을 하지 않는 이상 경력은 될지 몰라도 실적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완성본 만들고 그 자체에 대한 성취 덕분에 원동력이 생기긴 하는데, 이것도 문제인 것 같다는 거야. 쓴 만큼 돌아오는 게 별로 없어,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힘이든 감정이든 간에. 물론 아직 준비도 완벽하지 않고 배워야 할 거 투성이인 건 맞지. 그리고 꾸준히 하면 분명히 좋은 순간이 온다는 말도 분명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 버티는 게 되냐는 거야. 그냥 버티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랑 돈도 드니까. 언제까지 주변에 기댈 수도 없고. 이건 투자자들한테 저도 버티니까 좀 더 기다려 보시죠.’하는 거잖아 그럼. 웃지 마. 나도 좀 웃기긴 한데, 진짜 나중엔 심각한 얘기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이잖아.

 

하긴 그렇지, 고작 그림이 한 점이 나비효과를 일으킨다고 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 그 정도의 원동력이 되다니. 그리고 내가 그림 선물을 받아본 적은 없으니까. 내 작품에 어떤 한 사람이 별 5개 준 정도의 느낌은 되려나. 잠깐 그러면, 고작 그 그림 하나 때문에 난 8시간이라는 시간을 쓰는 거네? 하긴 취미로 하려고 한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고민하다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배우들도 처음부터 배우가 꿈은 아니었을 거 아니야. 우연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거나, 카메오 출연 한 번 했다가 이 길을 가야겠다결심을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보면 경험이나 취미가 참 놀랍고 무섭네. 누군가의 삶이나 직업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맞아 생각해보니까 답정너였어. 내가 이렇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건 TV에서 본 그 사람 때문인데, 전혀 원망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는 않잖아. 얼굴을 이상하게 그려서 주지 않는 이상 설마 그 배우분도 원망하겠어? 그래 일단 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도 늦진 않겠지. 그림도 완성 안 하고 줄지 말지 고민하는 게 어딨어.

 

아니, 잠깐 가지 말고 앉아봐. 근데 있잖아, 고민을 하고 뭔가를 하는 게 나을까, 하고 나서 고민하는 게 나을·······.

 

 

 

 

by. 환야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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