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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겸

일본2

우리도 씁니다 2021. 2.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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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和. 한국에서는 평화라고 읽고 일본에서는 헤이와라고 읽는다. 平和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한국인은 휴전선이나 식민지 조선을 생각한다. 平和를 위해 통일을 하거나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없애야 한다. 일본과는 과거사를 청산하고 다시는 제국주의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일본인은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히로시마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히로시마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핵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한국인은 일본이 히로시마에서 평화를 생각하는 것을 보고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서 2차 세계대전과 식민지를 바라볼까봐 걱정한다.

권력의 부당한 사용에 의한 인권의 침해가 없는 상황이라고 平和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平和를 실현할지 생각하는 순간 알게 된다. 두 나라는 같은 平和 위에 누워서도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다같이 핵을 없애요!”나 “우리 그만 싸우고 통일합시다!”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平和를 얻을 수는 없다. 平和는 그 개념 뿐만 아니라 실현 과정도 단순하지 않다.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기념관

일본 불매운동에 참가한 사람 : 정상

일본 불매운동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 : 정상

일본 불매운동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사람 : 비정상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인터넷에서 이 댓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댓글은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공감한 사람이 많았던 만큼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신념을 강요하지 말라는 버려두기 식 접근으로는 선할 수 없다. 전쟁 때 시행되었던 성노예제가 나쁘다는 데에 동의한다면, 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이런 댓글에 공감할 수 없다. 사람을 죽였으면 처벌을 받는다. 강간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이미 보상했지 않느냐고 하지만 한국 정부와 인권 운동가, 그리고 피해자들은 배상이 아니니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보상은 사과고 배상은 벌이다. 일본 정부는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고 묻는다. 사과를 받아줄지 말지는 피해자가 결정할 사안임을 차치하고, 성노예제를 국가가 나서 운영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선을 어떻게 행할 것인지로 넘어가면, 한나 아렌트가 이미 지적했듯이 도덕은 마음 먹기의 문제가 아니다. 착하려는 의지만으로는 유대인을 구할 수 없었다. 아이히만은 성실한 관료로써 일했다. 성실은 종종 선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의 성실은 선하지 않았다. 그가 성실하게 일한 나라가 제3 제국, 즉 나치 독일이었던 것은 불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가 유대인을 학살하는 관료제 시스템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유대인의 죽음이 연기되었을 것이다. 연기된 죽음은 연합군이 승리했을 때 삶이 되었을 거다. 악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유다. 아이히만은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성실함이 악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평화를 히로시마에서부터 생각한다. 민간인의 대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핵을 지구 상에서 없애거나 자국민의 대학살을 막기 위한 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부정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면 적어도 수십 년 간은 군대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불매운동은 이런 일본에 가하는 압력이다. 불매운동은 일본 국민에게 영향을 줌으로써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전쟁 범죄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한다. 일본 국민은 일본 정치인들에게 수출 규제를 풀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일본 국민은 한국인과 다르게 일본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권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국회의원들이 모여 아베 전 총리를, 스가 현 총리를 뽑았으니까. 불매 운동으로 타격을 받은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에게 수출 규제를 풀라고 로비를 할 수도 있을 거다.

불매운동은 선을 행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다. 어떤 선은 길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정치와 계산, 사유다.

 

 

 

 

by. 김도겸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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