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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

2020 겨울 거리

우리도 씁니다 2020. 12. 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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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손을 흔들며 지나가고 12월에 접어들자, 한 점의 온기 없는 바람이 겨울의 도착을 알린다. 서로를 채찍질하던 잎을 잃은 나무들은 조용히 몸을 흔들고 태양의 마지막 햇빛 웅덩이가 증발하며 도시는 어둠에 몸을 담근다. 그러자 어느새 9시. 막 퇴근한 그녀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의 실외 배너가 쓰러져있고 도망칠 수 없는 나무처럼 가게들이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가게는 없다. 녹아있던 땅과 가게는 다시 얼기 시작했다.

 

샅바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다시 우리를 희롱한다. 바이러스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 경제에 린치를 가할 줄은 몰랐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정작 지배당하는 것이 우리일 줄은 몰랐다.

 

나와 그녀는 걷다가 피자집의 메뉴를 본다. “끝났어요.” 피자집의 사장이 우리에게 말한다. “메뉴만 보려고요.” 나는 대답한다. 우리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몇 가지를 산다. 그녀가 점원에게 묻는다. “먹고 가면 안 되죠?” 점원이 대답한다. “네.” 다시 거리로 나온 우리. 그녀의 비누처럼 하얀 손이 얼얼해져서 내 주머니에 넣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전염과의 동행이 어떻게 흘러갈까? 거리는 시시한 동물원을 닮아서 도시의 교환은 보이지 않는 손(님)과 함께 사라졌다. 정은경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식당 주인의 요리 솜씨는 끔찍한 대기실에서 세월아 네월아 월세야, 말없이 누운 포크처럼 불길한 휴식 중. 카페의 의자는 장작을 닮아가고 지저분한 노동의 흔적은 추억이 되었다. 사장 양반은 알바나 대리를 하겠다고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야망의 스위치를 끄고 밖으로 나간다. 간판은 어둠을, 건물은 여백을, 거리는 고양이만 아는 골목길을 닮아간다.

 

 

 

 

 

 

by. 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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