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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무모한 ■■

우리도 씁니다 2020. 12. 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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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

{무모한 ■■}

 

0.1

종종 지하철 영웅에 대한 기사를 본다.

언론과 기업과 정부는 그들의 ■■을 치하한다.

그러면 나오는 영웅의 겸손한 대답.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본능적으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선 누구나 저처럼 했을 겁니다.”

 

0.2

무모한 ■■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다.

다른 사람이 미치고 팔짝 뛰면서 망설일 때, 또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써야 할 편지를 생각할 때, 또 다른 사람이 소름 끼치는 상상에게 소매를 붙잡히는 와중에, 무모한 ■■은 거창한 토론을 생략하고 사람을 뛰어들게 한다. 그 순간은 순교를 작정한 것처럼 주춤거리지도, 망설이지도, 갈등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 행동의 결과물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은 도박이다. 인생 최대의 도박. 신의 사랑을 받는 영웅이 될 수도, 숱하게 남은 인생을 통째로 갖다 바칠 수도 있다.

 


1.윌리엄 포크너, 『곰』, 민은영 역, 문학동네, 2015 .

2.콜슨 화이트헤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황근하 역, 은행나무, 2017 .

 


「곰」 

1.1

아이작 매캐슬린이 소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

당시, 소년이 속해 있던 사냥꾼 크루에게 최대의 사냥감은 단연 ‘올드벤’. 크고 늙은 곰이었다. 아무리 노련한 사냥개라도 올드벤의 발에 맞아서 날아가고, 찢기고, 다치고, 죽었다. 올드벤에게 한번 당했던 개는 납작 엎드린 채 기듯이 걸었고 몸을 떨면서 사람 다리에 기대어 웅크렸다. 한편, 소년이 집에서 키우는 개 ‘파이스’. 잡종견이며 작은 몸집이고, 주로 쥐를 잡았다. 하지만, 성격이 당찼다. ■■를 넘어서 무모함으로 보일 정도로.

 

6월의 어느 날,

소년은 스승이자 노련한 사냥꾼 샘과 함께 숲에 들어갔다. 소년은 파이스 머리에 보자기를 씌워 안았고 샘은 사냥개 두 마리를 데려왔다. 둘은 숲속의 동물 통행로에 매복했다. 그리고 ‘올드벤’이 나오는 순간, 그 곰을 습격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평소의 올드벤과 달랐다. 올드벤이 궁지에 몰렸다. 파이스가 날카로운 소리로 미친 듯이 짖어댔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곰은 뒷발로 일어섰고 사냥개 두 마리도 파이스를 보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 섞인 ■■을 얻었다.

 

1.2

작은 미친개, 분수를 모르는 미친 파이스.

그 개 때문에 나머지 개들도 미쳐서 짖어댔다. 파이스는 곰 주의를 미친 듯이 빙빙 돌았다. 소년은 파이스가 발악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파이스가 곰 발에 죽을 거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총을 내려놓고 파이스에게 달려 나갔다. 그리고 소년은 발 빠른 어린 짐승을 붙잡는데 겨우 성공했다.​ 아, 붙잡은 것 까진 좋았는데, ‘천둥처럼 높이 솟아 있는’ 곰이 소년 앞에 서 있었다. 소년은 벌러덩 나자빠졌고 냄새를 맡았다. ‘강렬하고 뜨겁고 지독한 곰의 냄새’ 였다. 아, 하지만 곰은 소년을 건드리지 않았다. 곰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소년은 저승보다 이승에 더 가까웠다.

1.3

곰이 사라지고 상황이 정리됐다. 그리고 샘이 다가왔다.

샘이 쓰다듬자 파이스는 조용해졌다.

어설픈 언어로, 샘이 말했다.

“너, 우리 원하는 개, 거의 맞아. 하지만 너무 작아.

아직 우리 그런 개, 없어. 영리해야겠지만 몸집이 큰 게 조금 더 중요해. ​

그런데 그 두 가지보다 더 필요한 건 ■■야.”

『곰』 39쪽 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2.1

랜들 농장의 목화는

노예들의 피, 땀, 눈물을 먹고 쑥쑥 자랐다. 그곳에서 노예들이 손과 발이 잘리고 산 채로 태워지고 까마귀밥이 되기도 했다. 랜들 농장은 조지아에서 악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정사정없는 곳이었다.

 

그런 농장에서 노예들의 작은 파티가 벌어졌다.

조촐한 축제였다. 음악이 퍼지고 춤판이 벌어졌다. 다정한 밤이었고 사람들이 느슨해졌다.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원을 만들어서 몇몇은 손뼉을 치고, 팔을 놀리고, 엉덩이를 흔들었고 몇몇은 북을 치고, 탬버린을 치고, 바이올린을 켰다. 코라는 원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 그런데 음악이 갑자기 멈추더니 원이 깨졌다. 테런스 랜들과 제임스 랜들이 대저택에서 나와 그들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노예들은 두려움과 존경심으로 길을 텄다. 동생 테런스가 말했다. 형님과 사업 문제로 의논을 하고 있는데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고. 그리고 테런스는 형에게 말했다. 형님의 노예들이 이 정도로 사치스러울지 몰랐다고, 하지만 한 곡만 더 듣고 가자고.

 

2.2

테런스가 지팡이로 박자를 맞췄다.

하지만 사람들은 몸이 굳어버린지 오래였고 당혹스러웠다. 테런스는 뻣뻣한 무리를 훑어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이것들이 춤을 안 춘다? 내가 정해줘야겠군. 너, 그리고 너.”

 

그들은 끝나버린 리듬을 되살려야 했다.

흥겨운 척을 하려고 애를 써야 했다.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은 절정에 달하기라도 한 듯 환호하며 발을 굴렀다. 모두가 동작 하나하나에 랜들 형제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갑자기 테런스가 소리쳤다. “너!”. 부딪친 건 체스터. 그의 흰 셔츠 소매 단에 튄 와인 단 한 방울. 비극의 시작. 체스터는 바보처럼 웃고는 테런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주인님!” 지팡이가 그의 어깨와 머리통을 내리쳤다. 체스터는 몸을 움츠리고 엎어졌다. 테런스는 열심히, 끊임없이 때렸다. 그걸 보는 형 제임스는 피곤해했다.

 

그때 ‘한 방울’ 어떤 감정이 코라를 덮쳤다. 이상했다.

코라는 전부터 체스터보다 어린 소녀와 소년이 얻어맞는 것을 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어떤 느낌에 사로잡혔다. 코라는 달려가서 체스터 몸 위로 엎드렸다. 방패처럼. 그리고 테런스를 조지고 있는 지팡이를 손으로 잡으려 했다. 하지만 지팡이는 곧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갔고 지팡이는 코라의 머리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지팡이가 그녀의 눈가 쪽을 갈겼다. 땅 위로 핏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2.3

무모한 ■■의 결과? 처참했다.

‘아홉 가닥 채찍’이 등장했다. 그것은 우정과 의리를 비웃듯 수 많은 배신자와 밀고자들을 만들어낸 채찍이었다. 체스터와 코라는 그것으로 살갗이 벗겨지도록 매질당했다. 그런 다음 피투성이가 된 등에 후춧가루 푼 물을 문지르는 벌을 받았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모두가 잠이 들었을 때, 살갗이 너덜너덜해진 코라는 상처를 만졌다.

 

“아직도 고름이 나오는 것 같았다.

코라는 왜 달려가 체스터를 감싸 안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다급했던 순간을,

그녀를 사로잡았던 감정의 결을 떠올리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그것은 맨 처음에 생겨났던 마음속 그 어두침침한 구석으로 물러나서는,

다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52쪽 중

 


 

답 :

 

 

 

 

by. 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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