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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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자주 들어오던 노래가 있다. 물론 그런 곡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발매된 지 약 1년 하고 2개월이 지나고도 아직 익숙함이라는 요소가 질림에 굴복하지 않았음에 가끔 놀라긴 한다. 곡 제목을 말하기에 앞서, 일부의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맞지만, 영업의 목적은 아니란 것을 밝힌다. ‘볼빨간 사춘기’의 ‘워커홀릭’이라는 곡인데, 뭐 그렇게 취향을 타는 가수는 아닐 것이다. 영업이 필요한 가수도 아니다. 팬을 자처하는 많은 이들을 보아왔기도 하고, 대부분 공감하는 장점을 갖는 가수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 곡은 내 MP3 플레이리스트 속 ‘신곡’ 목록에 1년 이상 자리하고 있는 곡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오던 중 듣게 된 이 노래가 작년의 그 느낌과는 좀 다르단 것을 느꼈다. 질렸다는 말은 아니다.
이 노래가 발매될 당시, 그 학기에 신청한 학점은 21학점이었다. 약간 소름끼치는 학점이기는 하다.(그래도 복수 전공은 추천한다.) 그러나 1학년도 아니고, 높지 않은 학점은 분노보다는 후회만 남기는 것처럼, 그놈의 노력만 충분히 받혀준다면 다분히 커버 가능한 학점이었다. 결론적으로 후회 없는 성적을 받아냈다. 이것이 자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원 출강을 동시에 했다는 사실 덕분에 철저히 부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년 여름방학부터 시작한 학원 강의는 월수금에 노동시간은 4시부터 10시까지였고, 때문에 내 수업시간을 그 수업시간에 맞추며 1교시 강의는 불가피했다. 늦게까지 학교 술자리가 있지 않은 이상 나오기 어려웠던, 2만원이 넘는 택시비는 일주일에 한 번 필수적이었고, 과제는 주말을 즐거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뭐 덕분에 다가오는 월요일이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한편으로 장점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통학시간 등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 역시 과제 시간의 연장이었기에, 가끔 과제를 끝내고 보는 유튜브를 포함한 일종의 휴식시간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지던 학기였다. 그 덕분이었던 것 같다. ‘워커 홀릭’이라는 곡의 제목은 너무나 바빴던 시기에 그 자체만으로 매력을 가졌고, 직장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곡의 가사는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학원 일은 현재 쉬고 있고, 통학은 하고 있지만 ‘비대면’이라는 문화는 생각보다 많은 여유시간을 만들어냈으며, 지하철에서 보는 유튜브의 시간들은 여전히 죄책감을 품고 있지만, 그 시간이 없다고 과제를 못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 이번 여름 방학에 찍은 영화 편집을 아직도 못 하긴 했다. 역시 시간 있다고 계획한 걸 다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음악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제목과 가사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인가보다. 바빴던 그때는 마치 그 음악을 즐길 자격이 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가사에 대해 공감할 자격을 박탈당한 느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곡 자체가 질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가, 이 노래를 작년 그때처럼 듣고 싶다. ‘넌 이 노래를 들을 자격이 있어,’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그런 점에서 단순히 즐기는 노래들의 제목이나 가사가 갖는 힘은 ‘글’의 힘과 비슷해 보인다. 아니, 더 강할 수도. 또한 어떤 사회적인 이슈나 인류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담고 있지 않은 노래의 가사나 제목도 이런 글을 쓰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 대한 글이라면, 내 변화를 스스로 분석하는 글이라면, 그만큼 흥미로운 글쓰기가 있을까.(게다가 그저 혼자 쓰려고 했다면 노트북이 아닌 일기장을 샀으리라.)
이런 글을 보는 매력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쓰는 것과 보여주는 매력을 계속 알아가고 싶다. 다양한 소재뿐 아니라 다양한 글도 쓸 것이다. 아,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시나리오도 쓰고 있고, 소설도 끄적이는 중이다. 오늘도 느꼈다. 소재는 넘쳐난다. 그럼, 그것도 쓰냐고? 그럼, 그것도 씁니다.
by.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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