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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가족사입록(家族史入錄)

우리도 씁니다 2021. 10. 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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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 중이다. 정확히는 한국사. 특정 시험의 합격이나 대단한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는 아니고,(물론 그런 부가적인 효과를 후에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그간의 내 행태를 돌아봤을 때 상식, 특히 역사에 대한 상식이 ‘독립운동가’와 ‘매국노’도 판별하지 못하는 가히 ‘매국노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시작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어보>, <왕의 남자> 등과 같은 역사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보고 싶어서인 것도 이유 중 하나이리라.(그런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신유박해,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 당시 사건을 4음절 단어들로 함축해놓은 것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오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박해’, ‘정변’과 같은 의미가 맞물리며 머릿속에서 휘발되는 속도가 줄어든다. 너무 당연한 설명이겠지만, 나로서는 역사 지식의 습득 과정을 거의 처음 겪는 거나 다름없다. 또 하나의 변명, 내가 먹은 라떼에는 수능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이라 적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잠깐 멈춰 세운 4음절이 하나 있었다. ‘태자입조’. 고려 고종 당시 몽골에 대한 항복을 표현하는 단어인데,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선택한 ‘한국사 기본서’는 이 단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다. 이리저리 검색하고 인터넷 강의까지 찾아본 끝에, 당시 몽골에 대한 항복은 고종의 ‘태자(太子)’가 직접 몽골로 찾아가 조정에 ‘입조(入朝)’하여 항복의 뜻을 밝히는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어떤 사실을 4음절로 나타내고자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당시의 문화까지 반영한 것이 바로 이 단어들이었다. 그리고 문득 비슷한 단어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뭐든 늦게 배우면 밤새는 줄 모르는 게 맞는지, 역사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전문 기록자인 양 가정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소동들을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상기하며 기록 중이다. 즉 가족사(家族史)를 만들고 있다. 나와 동생이 부모님 몰래 일탈을 계획했던 ‘○○밀담’, 부모님께 대들어 갈등의 골이 깊어졌었던 ‘○○의 난’ 등 우리만의 단어들이자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언제 출판될지는 모르겠고, 게다가 집필자의 주관이 상당히 많이 반영될 것이다. 사진과 영상이 단순히 기록을 넘어 기억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이것도 언젠간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도 4음절 단어를 하나 만들 생각이다.

 

 

 

 

by.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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