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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1. 그것은 2020에 찍힌 쉼표였다. 쉼표 너머에 풍경이 보인다. 가해자가 환자인 풍경. 마스크가 x의 1제곱처럼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 지하철에서 동시에 메아리치는 재난문자로 지역주민인 걸 알게 되는 풍경. 유치원 아이들이 마스크를 코에 꾹 누르는 기술을 완벽하게 연마하는 풍경. 대학교 책상 서랍에 거미줄이 쳐지고 청춘이 생략되는 풍경. 깔끔한 지옥이 된 상가의 풍경. 사람들이 사람들을 주춤거리게 하는 풍경. 찝찝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풍경. 나가고 싶다는 공동체의 처절한 욕구와 거리두기 정책이 대립하는 풍경. 경제와 방역이 대립하는 풍경. 양성과 음성이라는 이진법이 팽팽하게 긴장된 줄을 선 사람들의 운명을 가르는 풍경. 이런 풍경이 계속되는 원인은 명확했다. 백신의 부재, 백신의 부재, 백신의 ..
코로나가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마스크를 쓴 모습은 익숙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은 놀랍다. TV에 2019년에 촬영한 예능이 흘러나오면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사회의 문제를 표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눈에 보이게 했다. 다양성에 대한 공격,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쉽게 무시해 버리는 태도가 표면 위로 떠오른 우리 사회의 문제다. 아는 사람이 얼마 전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왔다. 인구가 900만 명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매일 3000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매일3000명당 1명 꼴로 감염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인데 매일 400..
1. 나는 야경을 좋아한다. 이것이 남들과 다른, 특이한 취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산, 북악 스카이웨이 등 고도가 조금 높은 곳들은 주로 밤거리의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로서, 네온과 자동차 전조등, 건물의 등과 같은 불빛들을 관조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둠 속에서 태어난 빛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 빛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은 소리를 만든다. 사람이 내는 소리와 사람이 만드는 온갖 소리들로, 밝은 곳은 침묵할 줄 모른다. 침묵은 살아있는 것들의 성질이 아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크고 작은 소리들을 만든다. 살아있는 것들이 침묵할 때는, 소멸을 불사하더라도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들의 침묵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할 당위이기도 하다. 큰 소리의 농성보다,..
11월이 손을 흔들며 지나가고 12월에 접어들자, 한 점의 온기 없는 바람이 겨울의 도착을 알린다. 서로를 채찍질하던 잎을 잃은 나무들은 조용히 몸을 흔들고 태양의 마지막 햇빛 웅덩이가 증발하며 도시는 어둠에 몸을 담근다. 그러자 어느새 9시. 막 퇴근한 그녀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의 실외 배너가 쓰러져있고 도망칠 수 없는 나무처럼 가게들이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가게는 없다. 녹아있던 땅과 가게는 다시 얼기 시작했다. 샅바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다시 우리를 희롱한다. 바이러스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 경제에 린치를 가할 줄은 몰랐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