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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그녀가 허리를 숙였을 때 마스크 틈으로 그녀의 코와 입술이 보였다. 넋 놓고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서둘러 눈을 돌린다. 눈동자가 한 바퀴를 돌아 그녀에게 향했을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들켰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당연히 도망쳤지. 훔쳐보다 걸리면 종신형인 거 몰라?” 당황해서 눈이 마주친 채로 1초 동안 그대로 있었다. 아주 위험하고 바보같은 짓이었다. 내가 훔쳐봤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었다. 머리 위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 밖으로 뛰었다. 내가 내려야 할 역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나는 범죄 현장을 벗어났다. 시퍼런 피가 묻은 손을 닦아야 하지만 적어도 현행범 체포는 면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범죄를 ..
정오의 파란 하늘이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개인 주택이나 공장 위주의 인적이 많지 않은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몇몇 사람이 보여 필터 없는 호흡은 좀 더 미루기로 했다. 앞에서 자전거가 다가왔다. 저 자전거만 지나가면 잠깐 마스크를 내릴 수 있겠지. 그런데 마스크 위로 보이는, 중년 여성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알아봤다’는 것처럼 고개를 조금씩 인사하려는 듯 움직임. 누굴까. 일단 이 길에서 나를 알아볼 사람은 방금 마치고 온 과외 학생의 가족 말고는 거의 없다.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와 가까워졌다. 순간적으로 비슷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와 다 비교해 보았지만, 전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인사했다. “어, 안녕..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수업시간이 지하철 왕복 시간과 거의 같았기에, 그 무기력함을 달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제과점이 눈에 들어왔고, 혹시 질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최소한의 구매 기간을 정해둔 빵 종류 하나가 생각나 구매하기로 했다.(프랜차이즈 제과점이고, 어떤 빵인지는 비밀이다.) 대부분의 제과점이 그렇듯, 그곳도 전날 남은 빵들을 할인(20%)해서 판매한다. 그리고 그 할인된 녀석들을 모아놓는 선반은 어느 제과점이든 간에 매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매장은 다행히(?) 선반을 매장 밖이 아닌 내부에 위치시켜 놓았지만, 입구 바로 옆이었기에 창을 통해 지나가는 외부 사람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고를 수 있는, 다소 부담스러운 위치이긴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