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스크 (3)
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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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허리를 숙였을 때 마스크 틈으로 그녀의 코와 입술이 보였다. 넋 놓고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서둘러 눈을 돌린다. 눈동자가 한 바퀴를 돌아 그녀에게 향했을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들켰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당연히 도망쳤지. 훔쳐보다 걸리면 종신형인 거 몰라?” 당황해서 눈이 마주친 채로 1초 동안 그대로 있었다. 아주 위험하고 바보같은 짓이었다. 내가 훔쳐봤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었다. 머리 위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 밖으로 뛰었다. 내가 내려야 할 역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나는 범죄 현장을 벗어났다. 시퍼런 피가 묻은 손을 닦아야 하지만 적어도 현행범 체포는 면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범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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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파란 하늘이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개인 주택이나 공장 위주의 인적이 많지 않은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몇몇 사람이 보여 필터 없는 호흡은 좀 더 미루기로 했다. 앞에서 자전거가 다가왔다. 저 자전거만 지나가면 잠깐 마스크를 내릴 수 있겠지. 그런데 마스크 위로 보이는, 중년 여성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알아봤다’는 것처럼 고개를 조금씩 인사하려는 듯 움직임. 누굴까. 일단 이 길에서 나를 알아볼 사람은 방금 마치고 온 과외 학생의 가족 말고는 거의 없다.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와 가까워졌다. 순간적으로 비슷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와 다 비교해 보았지만, 전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인사했다. “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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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수업시간이 지하철 왕복 시간과 거의 같았기에, 그 무기력함을 달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제과점이 눈에 들어왔고, 혹시 질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최소한의 구매 기간을 정해둔 빵 종류 하나가 생각나 구매하기로 했다.(프랜차이즈 제과점이고, 어떤 빵인지는 비밀이다.) 대부분의 제과점이 그렇듯, 그곳도 전날 남은 빵들을 할인(20%)해서 판매한다. 그리고 그 할인된 녀석들을 모아놓는 선반은 어느 제과점이든 간에 매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매장은 다행히(?) 선반을 매장 밖이 아닌 내부에 위치시켜 놓았지만, 입구 바로 옆이었기에 창을 통해 지나가는 외부 사람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고를 수 있는, 다소 부담스러운 위치이긴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