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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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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저녁으로 산 밥버거를 들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예매해둔 영화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아 있었고, 저녁과 과제를 대충 끝낸 뒤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후문 앞에서 한 잔 하러 가는 동기 둘을 마주쳤다. 그날이 마지막 상영이었던 영화였기에, 내가 들고 있던 밥버거도 안주로 하자는 제안을 두 번 거절했지만 결국 함께 근처 포차로 향했다. 당연히 술도 마셨다. 그날 그 두 사람의 목적은 기분 좋게 취하는 것뿐 아닌, 나로 하여금 영화를 취소하게 만드는 것 역시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획해 놓은 관람 예정 리스트에 구멍을 내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던 시기라, 술을 먹고 보러 가라던 그들의 말을 기억하며 관람의 의지가 증발하는 것을 막았고, 먹은 만큼의 돈에 몇 천원 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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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건대 방향으로 향하면 곧장 땅 위로 올라온다. 내가 타고 있는 이 기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하철? 전철? 기차? 지하철이라고 하자니 땅 위로 나오는 시간이 분명 있고 전철은 구한말을 위한 단어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기차는 남한 땅 정도 되는 넓은 땅을 다녀야 하지, 수도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그나마 전철이 제일 나으려나.’ 생각하던 차에 잠실을 지나며 다시 땅 밑으로 내려왔다. 지하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며 서울에서 생활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제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 고향인 포항에 내려가면 친구도 몇 안 남아 있고 할 일도 없다. 그런데 여전히 그곳에 계신 내 부모님, 우연히 경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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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 {서울, 그리고 ■■} W. 한반도 서(West) 쪽에 넓은(Wide) ‘W’모양의 물(Water)이 있다. 한반도 허리(Waist)에 지울 수 없는 지문처럼 찍힌 이 파란 물줄기의 이름은 ■■이다. 이곳의 아파트가 군인처럼 열병식을 하고 금칠한 빌딩과 뿔 달린 빌딩이 장군처럼 사열한다. 낮에는 ■■의 부드러운 질감이 햇빛을 튕겨내고 밤에는 ■■ 주변의 자동차들이 금을 싣고 흘러간다. ■■은 서울의 거부할 수 없는 브랜드다. White sand ■■의 옛 모습은 주변에 모래가 가득했고 지금보다 폭이 좁고 더 격렬하게 꾸불꾸불했다. 옛 서울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이곳의 하얀 모래(White sand)로 몰려들었고 첨벙첨벙 수영했다. 하루 평균 10만 명. 엄청난 숫자였다. ■■이 모습을 바꾼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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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관은 광화문에 있다. ‘광화문에 있는 영화관’이라 했을 때, 두세 곳이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내용은 설명이 아닌 공감이리라. 오늘도 200명은 넘지 않았지만(이 글을 쓴 것은 9월이다.), 세 단계로 나뉜 경고에서 2.5라는 숫자가 가진 힘은, 다수가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개인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오늘도 예매를 취소했다. 게다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 감독의 대화가 이어지는 자리라는 사실과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날씨에 광화문이라는 빌딩 숲 사이를 오랜만에 걸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에, 로그인부터 취소 버튼까지의 여정은 분명 꽃길이 아니었다. 그 영화는 일본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내용이다. 매번 ‘다양성 영화’라는 목록에 들어가는 작품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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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기억하시나요. 자리를 옮기며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일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행성을 떠나온 어린왕자를 기억하시나요. 어린왕자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다섯 개의 행성에서 다섯 명의 어른들을 만났던 것도 기억하시나요? 성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난 이제는 나는 이 다섯 명의 어른 중 어떤 어른과 닮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지리학자인 거 같아요. 지리학자는 커다란 화산은 탐구하지만 덧없는 꽃에 대해서는 탐구하지 않습니다. 직접 탐험하지 않고 탐험가에게 물어볼 뿐입니다. 어느 순간 저도 지리학자같은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화산처럼 거창해졌어요. 직접 겪은 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려워 보이는 책 속 문장을 이야기해요. 그래서 자주, 제 앞에서 동공이 풀린 채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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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된 후, 그러니까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그리고 제대로 책 한 권을 완독했다. 교복을 입었을 땐 뭐 했냐고? 독후감은 인터넷에서 긁어와서 완성했고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쿨’ 하지 못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책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남은 건 핸드폰 뿐이었고 기사를 보다가 영화 평론가가 추천해 주는 책에 대한 글을 봤다. 천명관의 「고래」, 정유정의 「7년의 밤」 이었다. 뭐라더라, ‘2000년대에 나온 가장 재밌는 소설’ 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다음 날 도서관으로 갔다. 처음으로 회원카드를 만들고 앞의 두 책과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빌렸다. 어땠냐고? 새벽까지 다리를 덜덜 떨면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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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자주 들어오던 노래가 있다. 물론 그런 곡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발매된 지 약 1년 하고 2개월이 지나고도 아직 익숙함이라는 요소가 질림에 굴복하지 않았음에 가끔 놀라긴 한다. 곡 제목을 말하기에 앞서, 일부의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맞지만, 영업의 목적은 아니란 것을 밝힌다. ‘볼빨간 사춘기’의 ‘워커홀릭’이라는 곡인데, 뭐 그렇게 취향을 타는 가수는 아닐 것이다. 영업이 필요한 가수도 아니다. 팬을 자처하는 많은 이들을 보아왔기도 하고, 대부분 공감하는 장점을 갖는 가수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 곡은 내 MP3 플레이리스트 속 ‘신곡’ 목록에 1년 이상 자리하고 있는 곡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오던 중 듣게 된 이 노래가 작년의 그 느낌과는 좀 다르단 것을 느꼈다. 질렸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