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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늘 답은 있다

우리도 씁니다 2021. 5.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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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지만, 뭔가 될 거라는, 어떻게든 될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시험 때 되면 하겠지. 당연히 할 수밖에 없겠지. 고3 되면 잘 하고 있겠지. 내가 설마 그 학교도 못 들어가겠어?’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면 안 돼. 불안해야 돼.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다면 공부를 제대로 안 하는 걸지도 몰라.”

그럼에도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답이, 방법이 저렇게 있는데, 왜 그대로 안 하는 걸까. 그리고 귀가한 뒤 생각한다. ‘잠깐, 나도 그때 안 해놓고 무슨 소릴 하고 온 거야.’

하긴 지금 이 동력은 후회에서 온 걸지도 모른다. 불안과 고통이 선명해지면 그제야 깨닫는다. 지금도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이 있을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있다가 촉박해지는 순간부터 뭔가를 인지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갈수록 삶에서 강제성을 띠는 무언가가 필요해지는 이유이다.

 

그래서 ‘학생’이라는 신분이 점점 더 귀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교복을 입은 친구의 모습은 현재 나의 모습인 동시에 나와 비교해야 하는 누군가이고, 이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한 해에 네 번이나 시험을 본다. 성공의 척도는 아니어도, 노력의 양과 고민의 기회를 수치로 제공하는.

 

덕분에 얻은 건 분명히 있다. 반강제로라도 한 공부는 분명 어딘가에서 말 한 마디 더 할 수 있는 얕은 지식 몇 줄을 제공했고, 노력해서 얻은 좋은 성적은 ‘야 너도 할 수 있어’와 같은 가능성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일정 시간 이상 학업과 작업을 함께 한 동기나 학우들은 나름의 인맥으로서 자부심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울타리를 벗어나니 전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얕은 지식을 들어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제 학교와는 다른 노선을 찾아야 하고,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결과는 있어도 비교할 대상이 광범위하다. 주변 건물 어딘가에서 수업을 듣거나 공부하고 있었던 그들에게 이전처럼 그저 얼굴이나 보자며 찾아갈 의지가 아쉽게도 점점 줄어든다. 그럼에도 그 기억들이 남아있어서인지, 뭔가 될 거라는, 어떻게든 될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결국 또 다른 울타리를 찾아야 한다. 칠판 앞에 서서 뭐라도 된 마냥 학생들에게 “불안할 필요가 있어.”라고 말한 것처럼, 내게도 ‘기한 있는 작업’이나 ‘노력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이어지는 일’들이 필요하다. 뭘 그렇게 당연한 말을 이렇게 감상적으로 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찍은 단편작을 편집하는 중이다. 촬영을 마치니 편집도 안 했으면서 작품이 벌써 완성되었다고 착각하고 있다. ‘내가 언젠가는 하겠지.’, ‘하고 싶은 날이 이번 주에는 오겠지.’하며 어떻게든 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음 달까지 완성해야 한다. 핸드폰 화면을 끄고 한숨을 쉬며 모니터 앞에 앉는다. 시작한 지 1시간 후 불안이 몰려왔다.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그렇게 핸드폰이나 하고 자빠져 있었네.’

 

편집본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편집한 이후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글을 썼다. 그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것보다는, 내일 바로 다시 편집을 시작하는 것이 답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 썼다.

늘 답은 있다. 계획한다, 계획한 것을 실행한다. 막연한 안정감은 폭풍전야의 징조이다. 지금 바로 하면 된다.

문득 학생 때 못 들었던 칭찬이 듣고 싶어졌다.




 

 

by.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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