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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서울, 그리고 ■■ [11월: 서울에 대하여]

우리도 씁니다 2020. 11. 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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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

{서울, 그리고 ■■}

 

W.

한반도 서(West) 쪽에 넓은(Wide) ‘W’모양의 물(Water)이 있다. 한반도 허리(Waist)에 지울 수 없는 지문처럼 찍힌 이 파란 물줄기의 이름은 ■■이다. 이곳의 아파트가 군인처럼 열병식을 하고 금칠한 빌딩과 뿔 달린 빌딩이 장군처럼 사열한다. 낮에는 ■■의 부드러운 질감이 햇빛을 튕겨내고 밤에는 ■■ 주변의 자동차들이 금을 싣고 흘러간다. ■■은 서울의 거부할 수 없는 브랜드다.

 

White sand

■■의 옛 모습은 주변에 모래가 가득했고 지금보다 폭이 좁고 더 격렬하게 꾸불꾸불했다. 옛 서울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이곳의 하얀 모래(White sand)로 몰려들었고 첨벙첨벙 수영했다. 하루 평균 10만 명. 엄청난 숫자였다. ■■이 모습을 바꾼 건 군인 출신 대통령이 패도 정치를 하던 시절이었다. ‘■■ 종합개발이라는 이름의, ■■의 바닥을 깎고 콘크리트로 ■■의 폭과 깊이를 일정하게 바꾸는 공사였다. ■■은 명령에 따라서 열중쉬어, 차렷했고 W는 더 반듯한 W가 됐다. 으레 그렇듯, 군인이 하는 일에 좋은 점도 있었고 나쁜 점도 있었다. 좋은 점은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서 오폐수를 정화한 후 ■■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는 점, 올림픽 도로를 확장했다는 점, 모래와 자갈을 팔아 돈을 벌었다는 점, 유람선이 떠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나쁜 점은 결국 홍수 대비 효과는 없었다는 점, 수중보 때문에 고인 물이 되었다는 점, 모래가 사라져 생명의 종류가 줄었다는 점과 시민들이 강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줄었다는 점이다.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예전 자연상태의 ■■이 최선의 모습이라면서 ■■의 재자연화를 바라고 있다. 독일의 이자르 강이 그랬듯이.

 

War&Winner

옛날부터 ■■이 임신하듯 불어나면 흙은 곡물과 풀을 잘 밀어냈다. 더불어 이곳에 배를 이용한 교통은 편리했고 중국으로 연결된 길이었다. 그래서 누구는 ■■젖줄이라고 표현한다. 고대에 이 젖줄을 먹으려고 세 나라가 싸웠다. 삼국시대였다. 더 강한 나라가 승자(Winner)의 상징으로 ■■을 품었다. 현대에도 싸움은 계속됐다. 광복 후, 북쪽에 살던 형제가 먼저 칼을 찔러 넣었다. 그것도 뒤에서. 남쪽 백성들은 서울을 사랑했으나 서울에 머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손에 보자기와 아이의 손을 잡고 ■■을 건넜다. 국군에 의해 ■■대교가 폭파되어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 전쟁(War)은 이념 처분 성격이 강했고 형제의 피가 엉겼고 남한은 ■■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 상실은 3개월을 넘지 않았다. 미국의 아칸소 주에서 태어난 장군이 파이프 담배를 물면서 군대의 인천 상륙을 지휘했고 결국, ■■은 다시 남한에게 돌아왔다. 1950928일이었다.

 

Weight& Wrong

■■의 기적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나라로 성장했다. 이제 ■■ 주위에 허기진 육체가 아니라 정답의 무게(Weight)에 눌린 무거운 영혼들이 몰려온다. 자신의 삶이 틀렸다(Wrong)는 걸 깨달은 자들, 이들에게 ■■은 농담이 아니다. 진심이다. 인간의 아픔을 모르는 갈매기가 그들 앞에서 겨드랑이를 말리고 비석 같은 아파트들은 계획을 앞두고 서성이는 그들을 지켜본다. 이곳에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다는 강한 유혹이 존재한다. 유혹에 굴복하면 사람은 돌처럼 떨어진다. 하지만 떨어진 많은 사람들이 구해진다. 자궁에서 막 나온 물기 젖은 아기처럼 탁한 물에서 더러운 세상으로 끌어올려지고 자진 반납했던 숨은 다시 반납된다. 그리고 자신의 비극을 온몸으로 증명한 대가는 벌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자살률이 치솟자 그동안 ■■의 다리는 자살 유예를 위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해왔다. 글귀가 적혔고 CCTV가 생겼다. 하지만 ■■은 여전히 시체를 뱉어낸다. 그래서 ■■가장 적게 태어나고 가장 많이 자살하는 나라의 브랜드에 적합하다. 하지만 멍청한 나도 알 수 있다. 이 브랜드의 가치는 잘못된(Wrong) 것이다. 나쁜(Wrong) 것이다. 사실 모두가 안다. 전국의 먹물들, 엘리트들, 선출자들이 나름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올라가길 바라지 않은 그래프가 올라가고 올라가길 바라는 그래프가 내려가는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적은 추억이 되었다.

 

Weekend

불행하고 부유한 대도시에서 인생의 유감과 파티는 공존한다. ■■은 조깅과 자전거의 대규모 공간이며 잔디 위와 서늘한 다리 밑에 돗자리를 펴서 눌러앉은 시민들이 있다. 편의점에서 라면이 끓고 늙은 고양이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꽃은 폭발하고 뮤지션들의 스피커에서 음악이 터져 나온다. 주말(weekend)의 파티다. 콘크리트의 목을 조여오는, 모래를 잃은 시시한 ■■을 보면서 연인들은 키스하고 주차장의 자동차는 햇볕으로 구워진다. 밤은 더 좋다. 자동차가 부드럽게 달리고 잔디와 술병이 초록빛으로 반짝인다. 얼큰히 취한 사람들이 희미한 별 대신 빛이 그린 다리를 본다. 이곳의 먼지, , , 소문. 시민들은 같은 것을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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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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