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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3월 : '글쓰기'에 대하여]

우리도 씁니다 2021. 3. 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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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씁니다>를 시작한 지 다섯 달. 

매주 멤버에게 글 피드백을 받는다. “이건 무슨 뜻이야?”, “이 표현 억지야”, “이렇게 고치는 건 어떨까?”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혼자 볼 때 보이지 않았던 어처구니없는 문장이 보인다. 어젯밤에 속으로 외쳤던 ‘완벽해’라는 말은 허무하게 폐기처분된다. 이해가 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왜 너는 이해를 못 하지?’ 고집도 있었다. ‘너를 위해 내 말을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 똥고집만 부릴 거면 일기나 쓰는 게 낫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2.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와 「개발자의 글쓰기」를 읽었다. 

두 책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글쓰기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글은 상대방과 소통하고 교감하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도구’라는 것. 다시 말해, 글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은 ‘너’를 위한 것이라고 느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유시민 작가는 글을 압축하도록 권장한다. 복문을 피하고 문장을 짧고 간단하게 쓰고 군더더기를 없애라는 것이다. 왜? ‘너’가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너’를 존중하는 길이니까. 과시하고 싶은 허영을 버리라고 작가가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너’가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정보를 뒤져야 한다면 그 글은 결국 ‘너’를 괴롭힌 거니까.

 

개발자라고 다를까? 

개발자는 깃허브(GitHub)로 코드를 공개하고 다른 개발자와 소통한다. 그래서 혼자만 알아볼 수 있는 코드는 좋은 코드가 아니다. 「개발자의 글쓰기」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와 마찬가지다. 다른 걸 바라지 않는다. 핵심은 결국 글의 정확성, 간결성, 가독성이다. 무엇을 위해? ‘너’를 위해서다. 요즘 개발 툴이 변수 종류에 따라 색깔을 달리 나타내는 것도, 개발자들이 띄어쓰기를 하고, 검색하기 쉬운 이름을 짓고, 주석을 달고, 표기법을 통일하고 문장부호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복된 코드를 지우고, 중복된 주석을 지워서 깔끔한 코드로 만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너’를 위해서다.

 

3.

2020년에 공허한 혼잣말로 끝내기 싫어서 시작한 일이다. 

평가를 받고 ‘나’를 벗어나 다른 세계의 시선을 고려하는 일이 매주 있다. 그 일은 고되고 아프다. 아, 그 잔인함. 일주일은 또 왜 이렇게 짧은지! 하지만 오늘도 ‘너’를 위해 자식 같은 글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왜? 결국 너를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by. 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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