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씁니다
바 [1월 : 술에 대하여] 본문
♬ blue room- chet baker
"쳇 베이커가" 친구가 입을 연다.
“뭣 땜에 인생이 꼬인 줄 알아?"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약. 약쟁이들은 멈춰야 할 때를 모르잖아.“
아홉시 오십분.
첫 잔은 볼 안쪽과 위 속을 지져댄다. 지금은 세상의 물기가 말라서 맑아진 겨울, 잔인하게 추웠고 하늘은 빛을 벗겨냈으며 도시는 어둠으로 목욕 중. 검은 인조 장갑을 옆에 두고 우리는 홀짝인다. 와드득 깨물어 먹고 두툼한 것을 베어서 씹는다. 술을 비우고 반항기로 가득 찬다. 친구는 음악을 안다. 존 콜트레인이, 토니 버넷이, 마일즈 데이비스가, 마이클 잭슨이, 존 메이어가 얼마나 위대한지 떠든다. 왜 양희은이 우리나라에서 보물 같은 가수인지, 왜 백예린이 위대한 가수가 될 것인지 말해준다. 나는 그가 앨범에 쓰는 돈의 액수를 듣고 놀란다. 웃는다.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어딘가 코르크가 ‘뽕’하고 뽑히는 소리.
비어버린 잔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고, 뒤 테이블에서는 계피 냄새와 농담이 마르지 않는다. 카운터 앞에 서로 카드를 들고 손을 붙잡고 떠밀고 옷을 끌어당기는 중년 둘. 비틀거리는 그림자. 밖에는 부드럽게 달리는 택시 그리고 달. 지난주보다 살찐 달은 술을 마실 줄 몰랐다. 갑자기 술의 칼로리가 궁금해지는데, 몰라. 상관없다. 졸리다. 취했다. 졸리다.
"잘 된 일이지." 가슴께가 벌게진 친구가 말한다.
"싸악다 잊자고. 새로 시작해.”
‘둥-둥-둥-’ 소리가 들리고 하품 앞에 초가 춤춘다.
“단, 다시 시작하면 포기하지말자, 그땐 더 잘할 수 있어. 어, 이거 쳇 베이커 음악.”
by. 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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