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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겸

올 한 해도 다사다난했지만

우리도 씁니다 2020. 12. 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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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조금 설렌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을 나이는 훨씬 지났으면서 캐롤을 들으면 언제나 설렌다. 시끌벅적한 송년회에서는 한동안 못봤던 친구들을 만나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비록 올해에는 잘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이 내년에는 잘 해결될 거다. 뉴스에서는 여자 엥커가 평소와는 다르게 들뜬 목소리 톤으로 제야의 종 타종 행사 상황을 보도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여자 엥커도 목소리를 깔지 않아도 된다. 올해도 다사다난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우리와 다르게 수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추운 겨울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까 두려웠을 거다. 몇백 번의 밤 전에도 엄청 추운 날들이 있었지만 몇십 번의 밤을 보내고 나니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따뜻해질 거라고 어떻게 보장해?

 

 확실히 하고 싶었을 거다. 추운 날이 지나면 따뜻한 날들이 온다고. 그래서 봄과 겨울을 만들었을 거다. 여름과 가을은 그 후에 만들어졌다. 봄과 겨울은 만들어졌다. 얼음이 어는 날부터 개구리가 나오는 날까지 겨울이라고 한다고 만들어 낸 거다. 그도 그럴게 얼음이 얼기 전 날도 많이 추웠고 개구리가 나온 다음 날도 꽤 추웠으니까. 겨울을 겨울이라고 해야 할 절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는 없다.

 확실한 것은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가 북극과 남극을 관통하는 축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돈다는 것이다. 또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오기까지 스스로 365번 정도를 돈다는 것이 확실하다. 마야인들은 공전과 자전은 몰랐지만 어찌어찌 해서 1년이 365일 조금 더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1년이 365일 조금 더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1월 1일이 1월 1일이어야 할 절대적인 근거는 없다. 달력에 있는 모든 날짜를 하루씩 미룬다고 상상해보자. 1월 1일은 1월 2일이 되고, 12월 31일은 1월 1일이 된다. 안될 것 없다. 조금 더 가서 7월 1일을 1월 1일이라고 해도 된다. 1년이 365일이라는 것만 지키면 되니까.

 

 내년에도 검찰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거고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릴 거고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마실 거다. 해피엔딩 연말은 만들어졌다. 애초에 연말도 만들어졌다. 내년이 된다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지 않는다.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by.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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