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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Empire

우리도 씁니다 2020. 12. 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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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변화라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한 철학자의 말처럼 생각이라는 감각존재를 보장하듯, 우리가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감각 기관을 통해 변화를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클수록, 다시 말해 감각이 영향을 받을수록 존재를 더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변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시간공간이다. 물리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이론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도, 시간과 공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변화라는 것을 필두로 존재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필수적인 시간공간은 존재 인식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 된다.

 

자극을 넘어서는 자극을 위해 우리는 더 큰 변화를 요구한다. 물론 언급한 시공간은 기본 조건이다. 이때 변화의 양이 일정할 경우 시공간이, 특히 시간이 줄어들수록 변화는 더 극적일 수밖에 없다. 물리적으로도 일정한 운동량의 변화에 있어서 시간이 줄어들수록 충격량이 커지지 않는가. 이는 우리가 유튜브 속 영상의 내용보다는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극을, 그것도 더 확실한 자극을 위해서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어야 한다. , 필수 조건인 시간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줄길 원한다. 그리고 자극에 목마른 우리는 자주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는 스스로를 목격한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자극이라는 극적인 변화에 중독된 것일지도 모르며 시간이 없다는 말은 그것에 중독된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는 생각도 든다.

 

말했듯 시공간은 존재의 변화’, ‘변화하는 존재를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갈수록 시공간은 수단이 되어가며 우리는 그 필수불가결한 조건을 간과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와 같은 표현들이 변화로 인한 자극이 절정에 달했음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라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간이 한없이 줄어들어 재생시간이 0인 유튜브 영상이 있을 수는 없듯, 시간이라는 조건을 잃는 순간 존재는 모순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해서 그 모순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 같다. 그렇게 갈망하는 짧은 시간으로 인해 인과관계가 복잡해지고, 인식에 문제가 생기며, 갈등이 만들어진다. ,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철학과 같은 사유의 공간으로 초대해 인식에 대한 담론을 펼쳐보자고 시작한 글이 아니다.

 

엔디 워홀이라는 예술가의 <Empire>라는 영화를 보았다. ‘구조 영화’, ‘실험 영화등의 다양한 이론적인 범주에 속한 작품이다. 정말 지루한 영화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왜 본 거냐고 묻는다면, 다른 자극을 위해 시간을 줄일 목적이었다고 답하겠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찍은 영상이 7분 동안 진행된다. 그 어떤 변화도 없다. 시간의 변화만 느껴질 뿐이다. 시간에 대한 인식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었고, 다행히 위의 내용은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처럼 보일 거라 생각한다. 그걸 정말 7분 동안 느끼며 인식이라는 개념을 예술적으로 경험했냐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대답은 노. 단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느낀, 한없는 고통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포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삶의 필수 조건인 시간을 간과해버리는 것에 대한 해결법이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라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대답은 이미 위에 있다. 검색해서 <Empire>를 경험해보시라. , 참고로 7분짜리 영상은 일종의 예고편이고, 진짜 영상은 8시간이라고 한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거짓말하지 않았다. 난 분명 7분 동안 시간이라는 고통을 경험했다.

 

 

 

 

by. 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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