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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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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조금 설렌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을 나이는 훨씬 지났으면서 캐롤을 들으면 언제나 설렌다. 시끌벅적한 송년회에서는 한동안 못봤던 친구들을 만나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비록 올해에는 잘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이 내년에는 잘 해결될 거다. 뉴스에서는 여자 엥커가 평소와는 다르게 들뜬 목소리 톤으로 제야의 종 타종 행사 상황을 보도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여자 엥커도 목소리를 깔지 않아도 된다. 올해도 다사다난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우리와 다르게 수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추운 겨울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까 두려웠을 거다. 몇백 번의 밤 전에도 엄청 추운 날들이 있었지만 몇십 번의 밤을 보내고 나니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따뜻해질 거라고 어떻게 보장해? 확실히 하고 싶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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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안암에서 한양대학교까지 자전거를 탈 때 크게 세 가지의 길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청계천을 따라가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이 길을 청계천 하이웨이라고 부른다. 청계천 하이웨이는 자전거 전용도로다. 뒤에 있는 자동차가 클랙슨을 울릴까 봐 빨리 달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하이웨이답게 신호등이 없다. 한번 받은 신호를 계속 받으려고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초가을 아침 청계천 하이웨이는 모든 것의 경계가 뚜렷해진다. 듬성듬성 군락을 이룬 갈대는 검은색 테두리라도 있는 것처럼 그 뒤의 청계천과 구분된다. 청계천 하이웨이 위로 펼쳐진 고가도로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밝음과 어두움을 칼로 베어버린다. 고가도로가 구름 걷히듯 사라지면 학교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이제 경계는 햇빛 속으로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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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기억하시나요. 자리를 옮기며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일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행성을 떠나온 어린왕자를 기억하시나요. 어린왕자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다섯 개의 행성에서 다섯 명의 어른들을 만났던 것도 기억하시나요? 성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난 이제는 나는 이 다섯 명의 어른 중 어떤 어른과 닮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지리학자인 거 같아요. 지리학자는 커다란 화산은 탐구하지만 덧없는 꽃에 대해서는 탐구하지 않습니다. 직접 탐험하지 않고 탐험가에게 물어볼 뿐입니다. 어느 순간 저도 지리학자같은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화산처럼 거창해졌어요. 직접 겪은 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려워 보이는 책 속 문장을 이야기해요. 그래서 자주, 제 앞에서 동공이 풀린 채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