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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전진희 – 취했네 https://www.youtube.com/watch?v=bhaK9JQsn-o – 들으며 읽어주세요.] -띵 ‘다드ㄹ잘 들ㅇㅓ갓ㄴㅑ’ 양 팔을 친구들에게 붙잡혀 끌려다니다, 결국은 택시에 태워져 집에 들어간 녀석에게 제일 먼저연락이 왔다. 동행을 하나 붙여놨으니 집에는 들어가겠지 싶었는데 되려 받은 걱정에 웃음이 났다. 누구 하나 예외없이, 한겨울 동네 꼬마들 같이 얼굴이 발그레하다. 주말 저녁에 간신히 허락되는 여유에 급하게 들이부은 잔들 때문이긴 하지만, 매일을 함께 보내던 대학시절이 저물고 거진 일년 만에 만난 반가움이 벌겋게 드러난 것이기도 했다. 벌개진 얼굴들을, 거진 감긴 눈으로 바라보다 자리를 파했다. 동기들과, 선배들과 하루가 멀게 드나들던 술집이 낯설게 느껴진다는 건,..
♬ blue room- chet baker "쳇 베이커가" 친구가 입을 연다. “뭣 땜에 인생이 꼬인 줄 알아?"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약. 약쟁이들은 멈춰야 할 때를 모르잖아.“ 아홉시 오십분. 첫 잔은 볼 안쪽과 위 속을 지져댄다. 지금은 세상의 물기가 말라서 맑아진 겨울, 잔인하게 추웠고 하늘은 빛을 벗겨냈으며 도시는 어둠으로 목욕 중. 검은 인조 장갑을 옆에 두고 우리는 홀짝인다. 와드득 깨물어 먹고 두툼한 것을 베어서 씹는다. 술을 비우고 반항기로 가득 찬다. 친구는 음악을 안다. 존 콜트레인이, 토니 버넷이, 마일즈 데이비스가, 마이클 잭슨이, 존 메이어가 얼마나 위대한지 떠든다. 왜 양희은이 우리나라에서 보물 같은 가수인지, 왜 백예린이 위대한 가수가 될 것인지 말해준다. 나는 그가 앨범에..
홍상수 감독의 최신작을 보았다. 라는 제목의 영화인데, 늘 그래왔듯, 극적인 사건이 없을뿐더러 형식적인 변화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2011)이나 (2014)의 경우 형식적인 변화가 명확했고, (2010)는 네 편의 단편작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이자 일종의 사건이었다. 을 기점으로 그의 영화는 점점 소설보다는 시적인 형식을 띠기 시작했고, 이번에도 그러한 형식적인 부분이 존재했지만, 그게 다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는 여전히(작품성적인 측면이 아닌 존재감의 측면에서) 독보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늘 그런 형식적인 모습에서만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2017)는 누가 보아도 각본가이자 감독 자신의 상황임을 보여주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대사까지 사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