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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Y는 뮤지컬을 전공했다. 어느 날 또 다른 친구 K는 Y에게 직장 상사의 결혼식 축가를 부탁했고, 하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Y는 감사의 표시로 돈을 받았다. K는 식장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Y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나에게 보여주었고, 화면을 보며 이전에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하던 생각이 났다. 단순히 즐기던 목소리로, 뮤지컬을 전공한 친구는 돈을 벌었다.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몇 주 뒤에 K와 Y를 만났다. 늘 그랬듯 밥을 먹고 술을 한 잔 하러 갔다. 노래방을 잠깐 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섣불리 노래방을 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 여전히 확진자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밀폐된 공간을 들어가자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보단 목소리로 돈을 벌고 있는 친구의 노래를 아무런 보답 없이 듣는 게 예의(..
작은 카페 앞에서 해원이 손에 든 헌 책을 살펴보고 있다. 자신이 과거에 산 책인지 아닌지 생각 중이다. 옆에서 그녀의 엄마가 말한다. “엄마가 하나 사줄게.” “됐어요. 잘못하면 집에 책이 두 권 되잖아요.” 카페에서 나온 한 남자가 그 모습을 보더니 말을 건다. “그 책들, 돈 주고 싶은 만큼만 주시면 되는데·······.” 이어지는 어색한 대화. 그리고 남자가 다시 한 번 말한다. “책들, 진짜 돈 주고 싶은 만큼만 주시면 돼요.” 그러자 해원이 말한다. “그러면, 내가 너무 드러나잖아요.” 그 말을 들은 남자가 멋쩍은 듯 웃는다. 재밌는 대사였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돈이 특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주고 싶은 만큼’, ‘줘야 할 것 같은 만큼’,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