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교훈 (2)
우리도 씁니다
1. 그때 카페에서, 우리는 검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빛은 창문을 뚫고 들어와서 뺨의 솜털과 곰지락거리는 손가락, 그리고 손에 들린 컵을 비췄다. “그거 들었어?” 그녀는 나에게 최근에 일어난 범죄를 이야기해 줬다. 용의자는 아이의 엄마. 용의자의 DNA 검사. 99.9% 일치. DNA 검사를 반박하는 용의자. 용의자를 반박하는 과학수사. 그녀는 진지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유전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2. 나는 생각했다. 과학수사? 맞아, 얘 집 10분 거리에 과학 수사대가 있었지. 그러자 어떤 이미지 하나가 툭 떠올랐는데, 그 이미지는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했다. 무대가 과학 수사대였다. 시간은 깜깜한 밤, 인물은 우리 둘과 지나가는 남자들. 크고 작은 소품들도 떠올랐다. 검은색 패..
형은 원래 아팠던 아이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자신이 헌신했던 아이, 그 아이와 맞이한 새벽들, 먹였던 음식들, 모두 끌어들여 말한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남편,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는 형의 장례 이후에 어머니에게 고생했다고, 자신은 그동안 그 아이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고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듣고 가증스러움을 느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냐, 있을 때 진즉에 잘 했어야지, 이 사람아.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통곡은 짜증 나고 쓸데없는 짓이었다. 집이 다 타버려서야 울리는 화재경보기처럼.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그 아이에게 헌신했고, 아버지가 채워주지 못한 보살핌을 자신이 채웠다고 생각했더랬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이만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