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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포항 사람?[11월 : 서울에 대하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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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건대 방향으로 향하면 곧장 땅 위로 올라온다. 내가 타고 있는 이 기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하철? 전철? 기차? 지하철이라고 하자니 땅 위로 나오는 시간이 분명 있고 전철은 구한말을 위한 단어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기차는 남한 땅 정도 되는 넓은 땅을 다녀야 하지, 수도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그나마 전철이 제일 나으려나.’ 생각하던 차에 잠실을 지나며 다시 땅 밑으로 내려왔다. 지하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며 서울에서 생활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제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 고향인 포항에 내려가면 친구도 몇 안 남아 있고 할 일도 없다. 그런데 여전히 그곳에 계신 내 부모님, 우연히 경상도 출신을 만났을 때 드는 반가운 마음을 생각하면 나를 포항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도 오랜만에 포항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변한 말투를 지적당한다. 스스로 이제 서울 사람이라고 여길 때쯤이면 설이나 추석, 방학이 다가온다. 내가 태어난 고장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포항 사람?
by.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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