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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이우정 감독의 에는 세 여고생이 나온다. 그리고 작은 것에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시기 속 이 이야기의 결말은 파국에 가깝다. 상영관을 나와 나름의 ‘한 줄 평’을 기록한 뒤 다른 평을 찾아보았고, 그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나 역시 의문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 참 별것으로 느껴지던 시절이었는데, 난 어떻게 그 소용돌이를 통과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라떼를 한 잔 마시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부모, 경제적인 상황, 기회가 불평등한 환경 등이 그것들을 좌지우지한다고. 특히 학업에 있어서 머리가 좋고 나쁨은 문제가 아니며, 전부 기회와 의지의 문제라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그 격정의 시기를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
형은 원래 아팠던 아이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자신이 헌신했던 아이, 그 아이와 맞이한 새벽들, 먹였던 음식들, 모두 끌어들여 말한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남편,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는 형의 장례 이후에 어머니에게 고생했다고, 자신은 그동안 그 아이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고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듣고 가증스러움을 느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냐, 있을 때 진즉에 잘 했어야지, 이 사람아.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통곡은 짜증 나고 쓸데없는 짓이었다. 집이 다 타버려서야 울리는 화재경보기처럼.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그 아이에게 헌신했고, 아버지가 채워주지 못한 보살핌을 자신이 채웠다고 생각했더랬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이만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