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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와인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머리가 띵하고 세상이 돈다. 그릇을 물에 담가 두고 소파 위로 떨어진다. 30평 집 안에서 고요가 팽창한다. 기분 좋은 고요의 무게에 눌려 소파 깊숙이 파묻힌다. 눈을 뜨니 엄마가 현관문 앞에 서 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서 나를 발견했나 보다. 고개를 젖혀서 주황색 햇빛에 익은 눈으로 이마 뒤를 살핀다. 해가 지고 있다. 해는 아파트에 가려졌지만 여전히 벌떡이고 있었다. 나는 벌떡이는 해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꿈틀거리는 해와 꿈틀거리는 조직의 횡단면. 소의 간이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조직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다. 송골송골 맺힌 피가 점점 커지다가 뭉쳐지고 이내 주륵 흐른다. 선홍빛 단면 위로 피가 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울퉁불퉁한 연회색 시멘트..
♬ blue room- chet baker "쳇 베이커가" 친구가 입을 연다. “뭣 땜에 인생이 꼬인 줄 알아?"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약. 약쟁이들은 멈춰야 할 때를 모르잖아.“ 아홉시 오십분. 첫 잔은 볼 안쪽과 위 속을 지져댄다. 지금은 세상의 물기가 말라서 맑아진 겨울, 잔인하게 추웠고 하늘은 빛을 벗겨냈으며 도시는 어둠으로 목욕 중. 검은 인조 장갑을 옆에 두고 우리는 홀짝인다. 와드득 깨물어 먹고 두툼한 것을 베어서 씹는다. 술을 비우고 반항기로 가득 찬다. 친구는 음악을 안다. 존 콜트레인이, 토니 버넷이, 마일즈 데이비스가, 마이클 잭슨이, 존 메이어가 얼마나 위대한지 떠든다. 왜 양희은이 우리나라에서 보물 같은 가수인지, 왜 백예린이 위대한 가수가 될 것인지 말해준다. 나는 그가 앨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