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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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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허리를 숙였을 때 마스크 틈으로 그녀의 코와 입술이 보였다. 넋 놓고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서둘러 눈을 돌린다. 눈동자가 한 바퀴를 돌아 그녀에게 향했을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들켰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당연히 도망쳤지. 훔쳐보다 걸리면 종신형인 거 몰라?” 당황해서 눈이 마주친 채로 1초 동안 그대로 있었다. 아주 위험하고 바보같은 짓이었다. 내가 훔쳐봤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었다. 머리 위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 밖으로 뛰었다. 내가 내려야 할 역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나는 범죄 현장을 벗어났다. 시퍼런 피가 묻은 손을 닦아야 하지만 적어도 현행범 체포는 면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범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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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도 모르는 타인을 눈에 담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훔쳐본다’고 한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저 남자가 보는 영상, 저 여자가 든 핸드백, 그들의 반지, 시계, 그들이 읽는 책, 그들이 가진 핏줄과 머리카락을 훔쳐본다. 그리고 그 조각을 모아 상상의 인물을 만든다. 사람의 껍데기를 몰래 보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껍데기로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에 상상을 채워 넣는 건 흥미롭다. 재밌는 점은 상상이 어설픈 앎으로 변하고, 종종 어설픈 앎은 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지원하고 싶은 학과가 사랑스럽고,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빠지는 것처럼. 2. 완벽한 대칭인 공작나비, 한 쪽 눈이 없는 네페르티티의 흉상. 자, 우리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