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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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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정 감독의 에는 세 여고생이 나온다. 그리고 작은 것에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시기 속 이 이야기의 결말은 파국에 가깝다. 상영관을 나와 나름의 ‘한 줄 평’을 기록한 뒤 다른 평을 찾아보았고, 그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나 역시 의문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 참 별것으로 느껴지던 시절이었는데, 난 어떻게 그 소용돌이를 통과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라떼를 한 잔 마시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부모, 경제적인 상황, 기회가 불평등한 환경 등이 그것들을 좌지우지한다고. 특히 학업에 있어서 머리가 좋고 나쁨은 문제가 아니며, 전부 기회와 의지의 문제라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그 격정의 시기를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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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동네에는 빵집이 있다, 모녀가 운영하는. 한 달에 두 번, 대형 마트의 휴무는 매출의 증가를 확연히 보여주었고, 얼마 안 있어 마트가 리뉴얼하며 매장에 빵집이 없어졌다. 매출의 증가를 확신한 딸은 엄마에게 차를 바꿔도 되겠다는 농담을 건넨다. 엄마는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근처에 빵집 하나 곧 생길걸” 그녀의 말대로 동네에 빵집에 두 개가 더 생겼다. 게다가 하나는 정류장 앞에. 2. “참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야.” 부모님을 포함해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늘 뒤에는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지겹도록 듣는 대사 때문에, 앞선 말은 본론을 말하기 전 들려오는 헛기침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스터디 카페’를 나오면서 내 입으로 중얼거린다. 공부는 늘 어딘가에 짱박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