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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정오의 파란 하늘이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개인 주택이나 공장 위주의 인적이 많지 않은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몇몇 사람이 보여 필터 없는 호흡은 좀 더 미루기로 했다. 앞에서 자전거가 다가왔다. 저 자전거만 지나가면 잠깐 마스크를 내릴 수 있겠지. 그런데 마스크 위로 보이는, 중년 여성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알아봤다’는 것처럼 고개를 조금씩 인사하려는 듯 움직임. 누굴까. 일단 이 길에서 나를 알아볼 사람은 방금 마치고 온 과외 학생의 가족 말고는 거의 없다.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와 가까워졌다. 순간적으로 비슷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와 다 비교해 보았지만, 전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인사했다. “어, 안녕..
어느 날 아침 못 보던 2인용 유아 자전거 하나가 아파트 복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밖에서 들리는 이사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던 것 같다. 자전거는 이삿짐들 중 하나일 터였다. 엘리베이터 근처에 놓인 그 자전거는 나를 포함한 같은 층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만큼 크거나 존재감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복도라는 공용 공간에 개인의 물건을 둔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해 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말한 것처럼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기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가연성 물질이 아니기에 법적인 접근이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인정한다. 그러나 도난방지도 안 한 채로 자전거를 세워 둔다는 점이 적잖이 신경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