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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취업이 걱정되는 게 아니겠지.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할까봐, 사무직으로 일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거겠지. 그도 그럴 게 제조업과 현장직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니까. 시장논리에 의해서 결정된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수요와 공급이 우연히 만나 결정된 노동의 가격을 존중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우연은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하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유리 한 장으로 갈리는 아래에서 고층 빌딩 안을 쳐다보면 유리가 빛을 반사할 뿐이다. 유리에는 다른 빌딩의 모습이 반사될 뿐 빌딩 안은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철로 된 것처럼 보이던 유리도 결국은 유리다.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그 안이 보인다. 에서 주인공 쇼코는 괜찮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실패한다. 또 면접을 실망스럽게 본 쇼코..
‘1시간 10분’ 대충 예상한 시간이다. 환승할 필요도 없고 날씨도 좋아 선택한 버스. 하지만 그 긴 시간 때문에 가져온 책도, 창밖도 보지 않는다. 자리가 생겨 앉자마자 유튜브를 꺼냈고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을 따라간다. 하긴, 차 안에서 책을 보다 어지러워 멀미가 났던 경험이 있다. 책은 이따 지하철을 타며 보기로 했다. 창밖, 처음 보는 비슷한 건물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유익한 영상시청 시간을 만들기로 한다. 그러나 결국 이미 봤던 영상들에까지 손을 뻗는다. 2년 전에 개봉한 영화 의 하이라이트 액션 영상까지 클릭하게 되었다. 액션을 하는 주인공의 배경 속 조연들 몸짓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썼는지, 힘을 숨기고 있던 주인공들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장르적으로 표현했는지를 평가할 생각에..
중대재해 무발생 150일째. 건설 현장에 처음 출근하면 받아야 하는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에 모여서 처음 본 팻말이었다. 그러니까 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교육자는 이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건설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에서 교육자는 한 영상을 보여줬다. 멀리에 있는 CCTV에 찍힌 건설 현장의 모습이었다. 사람은 개미처럼 작았고 수십 톤이 넘는 건축 자재는 레고처럼 보였다. 타워크레인으로 건축 자재를 들어 올리는데 중간에 줄이 풀렸다. 레고처럼 건축 자재가 통통 튀었고 개미 같은 사람이 맞고 쓰러졌다. 마찬가지로 중대재해 사고 현장이었다. 다시 말해서, 레고 같은 건축 자재에 맞은 개미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