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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1. 나는 사칙연산을 포함한 단순 계산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거치며 어떤 공식이나 결과(수학적 정리)에 대한 증명을 마주하며 수학에 매력을 느껴왔다. 처음에는 그 과정 역시 시험이라는 틀 안에서 외워야 할 글과 수식의 나열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이해하면서부터는 비슷한 모든 문제들이 도미노처럼 내 앞에서 굴복하듯 무너지기 시작하며 희열과 자신감을 생산해냈다. 그리고 고등학교 수학을 벗어난 수학의 ‘역사’와 그 사이에 생겨난 문제들을 마주했고 수학의 또 다른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답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예를 들면 2차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만, 5차 이상의 방정식에서는 근을 찾는 공식이 없고, 이는 증명된 사실이다. 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그렇다. 굉장히 간단한 ..
♬ 음악: On the Nature of Daylight 그림 하나를 상상하곤 한다. 해변에 큰 배가 정박해 있고 중년 둘과 어린 짐승 셋이 있는 그림. 그 그림을 보니 갑자기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난 그 시절을 모른다. 귀로 들은 이야기와 상상이 뒤섞여있다. 형이 있었다고 들었다. 열네살 위의 형. 나는 열네 걸음 앞선 남자를 보며 내 삶의 리허설을 볼 뻔했다. 하지만 그는 일찍 죽었다. 형은 나와 같은 부모의 세포에서 이 세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여백이 된 것이다. 파도처럼. 아버지와 친할머니는 못가겠다는 어머니를 두고 산에 올라갔다. 그리고 어린 겨드랑이에 꽂았던 손으로 어린 뼛가루와 익은 술 냄새를 뿌렸다. 모유색의 뼛가루는 분필가루가 되어 추억을 그렸을까? 산의 나무들은 나의 부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