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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하이웨이2 본문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 롯데타워. 높은 건물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어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타워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지하철에 연결된 지하도를 통해서, 지하주차장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건물에 들어가니 거대한 건물을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다.
롯데타워 뿐만이 아니라 다른 거대 구조물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는 대교, 고가도로, 높은 빌딩, 한강의 크기를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언제나 차를 타고 거대 구조물을 지나치니까.
거대 구조물의 크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본 적이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지날 때는 1분 만에 건널 수 있었는데 걸어서 건너려니 15분이 넘게 걸렸다. 대교大橋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다. 걸어도 풍경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3분 전의 풍경과 지금의 풍경, 5분 후의 풍경이 그리 다르지 않다. 3분 전에도 한강이 보였고 지금도 한강이 보이고 5분 후에도 한강이 보일 거다.
청계천 하이웨이를 자전거 없이 달릴 때는 거대구조물을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청계천 하이웨이는 고가도로 아래를 달린다. 성인 남자 세 명이 끌어 안아도 부족할 정도로 큰 기둥이 멀찍이 늘어서 있고 그 기둥 위에 하늘을 다 가려버리는 고가도로가 얹혀 있다.
고가도로 덕에 청계천 풍경은 느리게 변한다. 꽤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다음 기둥에 다다르지 못하니 저절로 뛰게 된다. 가볍게 산책이나 해볼까 하고 신답역에서 용답역으로 사부작 사부작 걸어가면 성질 급한 사람은 중간 쯤 가서는 뛰기 시작한다. 죽 늘어선 기둥은 저 멀리 작아지다 사라진다. 나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내가 어디쯤 왔는지 짐작하기 어렵고 나는 뛰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가도로는 청계천 하이웨이를 하이웨이로 만든다.
by. 김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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