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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To 환야
그러니까, 4년이 지났다는 거지? 훈련소에서 만난 게 17년도였으니까. 우리 둘 다 두피가 보일 정도로 짧은 머리였고 동갑이었지. 훈련소 식당에서 내가 이렇게 물었어. 영화 좋아하냐고. 너는 고개를 끄덕였어. 마침 심심한데 잘 됐다 싶었고 밥을 먹으면서 영화 얘기를 했지. 얘기가 잘 통했어. 그래서 나는 너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평론가 ‘이동진’을 아냐고 물었지. 너는 이렇게 대답했어. “GV에서 여러 번 봤죠” 알고 보니 너는 영화에 미친 사람이었어. 암막과 밤하늘, 두 종류의 천장밖에 없었던 영화광. 그날 이후로 4주의 훈련은 영화와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어. 그때를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어떤 포만감을 느꼈던 것 같아. 아, 그리고 수학 이야기도 했었지. 진짜 흥미로운 건 너의 전공이었..
얼치기
2021. 5. 14.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