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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압구정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집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영화를 보러 간 이유는 영화가 끝나고 약 2시간 정도 진행되는 평론가의 해설 때문이다. 주말이었고, 영화 시간과 비슷한 2시간 동안 해설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생각나는 평론가가 있다면 이 글이 좀 더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참고로 이 평론가의 제일 길었던 해설 시간은 약 5시간으로 알고 있다.) 심오한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단순한(것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 병에 걸린 소녀가 등장하고, 성실과는 거리가 먼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뒤, 삶이 끝나기 전까지 사랑하는, 뭐 그런 내용이다. 제목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날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해설을 들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만큼 어디서 분명 본 것 ..
3년 전, 저녁으로 산 밥버거를 들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예매해둔 영화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아 있었고, 저녁과 과제를 대충 끝낸 뒤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후문 앞에서 한 잔 하러 가는 동기 둘을 마주쳤다. 그날이 마지막 상영이었던 영화였기에, 내가 들고 있던 밥버거도 안주로 하자는 제안을 두 번 거절했지만 결국 함께 근처 포차로 향했다. 당연히 술도 마셨다. 그날 그 두 사람의 목적은 기분 좋게 취하는 것뿐 아닌, 나로 하여금 영화를 취소하게 만드는 것 역시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획해 놓은 관람 예정 리스트에 구멍을 내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던 시기라, 술을 먹고 보러 가라던 그들의 말을 기억하며 관람의 의지가 증발하는 것을 막았고, 먹은 만큼의 돈에 몇 천원 더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