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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어린 시절 한문을 공부하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다소(多少)’였다. 대소(大小), 장단(長短), 상하(上下), 좌우(左右) 등 단순히 상반되는 두 한자의 나열과 달리, ‘다소’의 활용 예시들은 부사였다. 아쉽게도 언어적 탐구 욕구가 수학과 같은 분야의 그것보다 작았기에, ‘다소’는 일상 속 언어 활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됐을 뿐이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몇 년 사이에 가장 눈에 띄고, 나 역시 자주 선택하는 표현이 되었다. 어떤 분야에 조금이라도 먼저 발을 집어넣은 이들의 말. 이때 ‘다소’는 ‘어느 정도’로 대체되곤 한다. 그리고 시작에 앞서 불안한 누군가는 “그래서 그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데?”라고 재차 묻는다. 아직 전문가가 아닌 선발(先發)자는 모든 ..
1. 꽤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지금처럼 온라인이 아닌 교실에서, 사회적 거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며 수업을 들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꼭 들어야 하는 전공 수업들 이외에는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대학생 딱지를 붙인 지 몇 학기 지나지 않았을 때까진,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음악을 하겠다 마음먹은 나의 시간표엔 ‘문학’과 ‘철학’이 들어간 강의가 빠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마음으로 아무 노래나 만들고 싶지 않았다. 노래를 발표한다는 것은 책을 출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남는 흔적이 생기는 것이니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부끄럽지 않았으면 했다. 그럼에도 졸작을 내어 놓은 부끄러움을 떨칠 수 없지만, 서툴고 어리숙했을지언정 최선이었다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