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사 (2)
우리도 씁니다
“핸드폰 앞자리가 ‘010’이 아닌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가 봐.” 그녀가 말했다. “그럼 ‘투지폰’을 쓴다는 거 아니야? 안 불편한가?” 내가 반응했다. “불편해도 쓰는 거면, 왜 쓰는 거 같아?”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핸드폰을 샀던 게 생각났다. 돌이켜보면 그 전까지 내가 불편한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연락이 안 될 때마다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불편했을 뿐.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젠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메신저들이 누군가에겐 ‘가져본 적도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긴, 본인은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 “그냥 쓰던 걸 계속 쓰고 싶다는 건가.” “그렇지. 일종의 관성처럼. 그리고 핸드폰 바꾸는 것보다 번호 바꾸는 게 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해.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좀 더 그..
어느 날 아침 못 보던 2인용 유아 자전거 하나가 아파트 복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밖에서 들리는 이사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던 것 같다. 자전거는 이삿짐들 중 하나일 터였다. 엘리베이터 근처에 놓인 그 자전거는 나를 포함한 같은 층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만큼 크거나 존재감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복도라는 공용 공간에 개인의 물건을 둔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해 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말한 것처럼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기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가연성 물질이 아니기에 법적인 접근이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인정한다. 그러나 도난방지도 안 한 채로 자전거를 세워 둔다는 점이 적잖이 신경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