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새해 (2)
우리도 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가 출판되자 마자 베스트 셀러가 됐다. 나는 2020년 2학기에 일본어 공부를 해볼 요량으로 번역본이 출판되기 전에 원서를 사서 웬만한 사람보다 일찍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2학기가 끝나기 전에 이 책을 다 읽자고 목표를 세웠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결국 2020년이 끝날 때 책의 절반 정도를 겨우 읽었다. 한학기 동안 이 책을 읽느라 끙끙대는 동안 번역서가 나왔고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의 독자도 하루키의 최신 단편집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이 나보다 늦게 를 읽기 시작해서 일찍 다 읽었다. 2020년 마지막 밤에 다른 사람들처럼 시상식이나 음악 방송을 보며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2020년이 3분 남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 카운..
연말이 되면 조금 설렌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을 나이는 훨씬 지났으면서 캐롤을 들으면 언제나 설렌다. 시끌벅적한 송년회에서는 한동안 못봤던 친구들을 만나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비록 올해에는 잘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이 내년에는 잘 해결될 거다. 뉴스에서는 여자 엥커가 평소와는 다르게 들뜬 목소리 톤으로 제야의 종 타종 행사 상황을 보도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여자 엥커도 목소리를 깔지 않아도 된다. 올해도 다사다난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우리와 다르게 수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추운 겨울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까 두려웠을 거다. 몇백 번의 밤 전에도 엄청 추운 날들이 있었지만 몇십 번의 밤을 보내고 나니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따뜻해질 거라고 어떻게 보장해? 확실히 하고 싶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