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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답장이 늦었어. 4년 전부터 서로 많은 대화가 있어왔고, 그만큼 쓸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알맞은 내용을 고르느라 늦었다는, 이런 변명을 이해해줘.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해 볼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두괄식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해온 게 있어. 우리가 처음 대화했을 때 언급한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블로그에 장식된 말이기도 해. ‘하루하루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계획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후회와 동행하는 횟수를 줄여줬거든. 무작정 시작한 걷기가 탄력을 받아 달림으로 발전하는 게 좋았어.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방향을 몰라 길을 잃고 그저 고생으로 끝나버려 후회로 남았던 게 사실이야. 그래서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
2018.09.XX 늦은 답장을 써보려한다. 이제서야. 그래보려 한다. 헤아려보니, 달을 넘기고도 보름 즈음이 더 지났다. 네 편지를 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굳이 바빴다거나, 그래서 겨를이 없었거나 하는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저 ‘답장을 쓸 수 없는 마음만이 가득 차 있는 시간을 보냈다.’ 라는 말 뿐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질량을 품은 듯 무거운 펜은 편지지 위에 단 한 획조차 써 내리지 못하게 했다. 획이 더해질수록 펜의 무게보다 더한 중력이 내 마음을 짓누를까 두려웠던 것 같다. 겨우 막아놓은 댐이 무너지듯, 한 획 한 획에 굉음을 내며 무너질 슬픔이 두려웠다. 한번 터진 슬픔은 도저히 통제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