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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역사를 공부 중이다. 정확히는 한국사. 특정 시험의 합격이나 대단한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는 아니고,(물론 그런 부가적인 효과를 후에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그간의 내 행태를 돌아봤을 때 상식, 특히 역사에 대한 상식이 ‘독립운동가’와 ‘매국노’도 판별하지 못하는 가히 ‘매국노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시작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 등과 같은 역사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보고 싶어서인 것도 이유 중 하나이리라.(그런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신유박해,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 당시 사건을 4음절 단어들로 함축해놓은 것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오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박해’, ‘정변’과 같은 의미가 맞물리며 머릿속에서 휘발되는 속도가 줄어든다. 너무 당연한 설명..
1. 그 동네에는 빵집이 있다, 모녀가 운영하는. 한 달에 두 번, 대형 마트의 휴무는 매출의 증가를 확연히 보여주었고, 얼마 안 있어 마트가 리뉴얼하며 매장에 빵집이 없어졌다. 매출의 증가를 확신한 딸은 엄마에게 차를 바꿔도 되겠다는 농담을 건넨다. 엄마는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근처에 빵집 하나 곧 생길걸” 그녀의 말대로 동네에 빵집에 두 개가 더 생겼다. 게다가 하나는 정류장 앞에. 2. “참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야.” 부모님을 포함해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늘 뒤에는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지겹도록 듣는 대사 때문에, 앞선 말은 본론을 말하기 전 들려오는 헛기침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스터디 카페’를 나오면서 내 입으로 중얼거린다. 공부는 늘 어딘가에 짱박혀 하..
0.1 어느 알코올 치료센터의 일화 하나. 어느 날 탕비실 선반에서 맥주잔이 발견됐다. 그러자 환자들은 조심스럽게 서로 어떤 맥주를 좋아했는지 이야기했다. 큰 잔에 담은 에일, 도수 높은 라거 등등. 환자들은 추억에 빠졌다. 따가운 탄산이 목을 간질이는 느낌, 에탄올이 위벽에 스르륵 흡수되는 느낌, 침울하고 나른했던 느낌. 그러자 그들 사이에서 불길한 징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0.2 중독은 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환자들 사이에서 ‘치어스 Cheers’라고 장난치는 것도 위험하다. 깊게 남은 중독의 흔적은 작은 단서에도 꿈틀거리니까. 작은 단서에도 꿈틀거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맥주잔처럼 이미지 하나가 위험하다. 내 눈에 스치는 간판, 게임, 기사 제목, 버스 옆면에 붙은 광고,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