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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헤아릴, 살필 고(考)
부대에 전입한지 오래지 않았을 때, 불침번 관련 교육을 받았다. 시간만 때우지 말고 성실히 경계근무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타 중대에서 취침 시간에 손목을 그은 대원 이야기가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오래도록 나오지 않아 불침번 대원이 확인을 했고, 그 덕에 큰일을 치르지 않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해당 대원에게 특별 외박을 줘야 한다, 훌륭한 대원이다. 칭찬이 한동안 마르지 않았다. 이야기는 그 뿐이었다. 잠을 못 이루고, 사람들의 의식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밤시간을 기다려, 날카로운 것과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야했던 대원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무엇이 그를 삶에서 소외되게 만들었는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낫다는 이승을 포기하게 하였는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
전규섭
2021. 2. 19. 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