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타자 (2)
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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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자 속도가 (상당히)느린 편이었다. 컴퓨터 앞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남들의 손을 보며 신기함은 느껴도 크게 부러움이나 경쟁심리가 작동하지 않았고, 입시 때까지도 컴퓨터로 하는 거라곤 몇 단어를 조합한 검색이나 게임이 다였다. 즐겼던 PC 게임 역시 각종 무기를 사용하며 팀원과의 빠른 소통이 필요한 콘텐츠보다는 자족(自足)감이면 충분한 것들이었기에 속도감 있는 타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자연과학부에 속한, 펜과 종이면 충분한 전공인 것도 그렇고, 수업 계획서 등을 찾아보며 팀플이나 리포트 위주의 과제가 거의 없는 수업들을 교양으로 채웠기에 졸업을 위한 학기들의 반이 끝날 때까지도 타자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섯 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다, 상대적으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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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던 어느 날, 뉴스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이라는 말을 흘러나왔다. 틀렸다. 사회시간에 분명 4천8백만이라고 했다. 아빠에게 물었다. 금방 2백만이 늘어난 것이냐고. 아빠는 ‘둘다 5천만이야.’라고 대답했다. 그 말투는 퉁명스럽거나, 냉소적이진 않았고 따뜻한 뉘앙스에 가까웠지만, 의문이 해결될 정도의 정보를 담고있지는 않았다. 4천 8백만이 어떻게 5천과 같지. 어른들의 숫자에선 2백만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인가. 작은 수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인가. 그 당시에는 다른 감정이 없는 ‘궁금함’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보다 낯선 단어에 귀가 닿았다. 타짜2에서 주인공 대길이가 일명 ‘탄’을 맞는 장면이었다. 대길이는 판에서 진 댓가로 9억9천8백40만원을 물게 되었다. 귀를 끈 단어는 ..